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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청년일자리 대책본부’라는 낡은 발상

경제는 시장논리로 풀어야.. 사건사고 다루듯 해선 안돼

기획재정부는 28일 청년실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일자리대책본부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으며, 1.2차관과 부내 1급 간부 전원이 대책본부에 참여한다. 김 부총리는 "예산.세제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하고, 기존 제도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해 초강력 대책을 예고했다.

참석자의 면면으로 볼 때 신설되는 대책본부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정부 내에서 경제를 총괄하는 기재부에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동원령을 내린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25일 열린 '청년일자리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3~4년간 에코붐 세대(25∼29세) 인구가 대폭 늘어나 청년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부 각 부처가 그런 의지를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장관들을 향해 강한 질타성 발언도 쏟아냈다.

일자리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 넘었다. 이젠 실적을 내놓아야 할 때가 됐다. 하지만 실업 관련 통계들은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12월에 9.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체감실업률은 23%나 됐다. 문 대통령이 실망과 위기감을 느꼈을 법도 하다. 기재부에 내려진 총동원령이 이해가 간다.

정부가 문제 해결에 쏟는 노력과 열의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청년일자리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어설프다. 기재부가 청년일자리대책본부를 설치하는 것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마치 최근 경남도가 밀양화재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대책본부를 설치한 것을 연상케 한다. 청년일자리대책본부가 무리한 정책수단들을 '특단의 대책'이란 이름으로 마구 쏟아내 보여주기식 행정의 창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1970년대식 정부 주도 경제하에서는 특단의 대책들이 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부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 시장 참여자의 한 축으로서 경제논리에 따라 작동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대책처럼 정부가 행정력으로 시장을 억누른다면 사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시장경제 틀 안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규제를 풀고 노동시장을 개혁해 기업의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경제 문제는 경제논리로 푸는 것이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