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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가상화폐, 보안 뚫리면 시장도 없다

日 거래소 해킹 수천억 피해.. 제도권 진입 앞서 선결 과제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체크가 해킹으로 580억엔(약 5650억원) 규모 손실을 입었다. 2014년 마운트곡스 거래소가 입은 피해액 460억엔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코인체크는 8시간 지나서야 해킹사고를 알아채고 보상계획을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해킹사고가 가상화폐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상화폐 실명제를 시행하는 우리도 손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사건은 일본만의 일이 아니다. 홍콩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 비트피넥스는 지난 2016년 6500만달러(약 88억원)어치 비트코인을 도둑 맞았다. 우리나라 가상화폐 거래소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에만 4차례 털렸다. 거래소 야피존은 2차례 해킹 당한 후 파산신청했다.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인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해킹, 사기 등으로 탈취당한 비트코인 규모가 3년 만에 30배 이상 늘었다. 거래소가 관리하는 가상통화 지갑이 문제다. 가상통화 정보를 저장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은 네트워크에 분산저장돼 해킹하기 어렵다. 하지만 보안이 부실한 거래소의 가상통화 지갑은 해커들의 표적이다.

가상화폐를 정상적 거래 수단으로 볼수 있을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해킹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출렁이면서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국내 거래소도 대표적인 보안 사각지대다. 거래량은 많은데 자본금이 10억원도 안 되는 업체가 난립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시장이 커지면서 민간업체와 정치권 곳곳에서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프와 티몬은 사용자들이 가상화폐로 물건을 사도록 결제시스템을 개편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30일 가상화폐 거래에 금융업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가상화폐 제도화에 가장 발빠른 나라는 미국이다. 이미 시카고옵션거래소와 시카고상품거래소가 비트코인 거래를 허용했다. 하지만 어떤 거래든 해킹에 취약하면 규제도, 활성화 대책도 무용지물이다.

가상통화는 올해 열린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세계 저명인사들 사이에서도 혹평 일색이었다. 헤지펀드계의 거물 조지 소로스는 "가상화폐는 전형적인 '거품'"이라고 깎아내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익명성을 통한 테러자금 조달, 돈세탁 등 어떤 종류의 불법거래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상화폐가 제도권으로 진입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30일 실명제를 실시한다.
투자자에겐 번거롭지만 제도화의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거래소의 운명은 거래소 스스로 결정한다. 스스로 신뢰를 높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