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yes+리뷰]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찰나와도 같은 행복 뒤에는…

[yes+리뷰]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찰나와도 같은 행복 뒤에는…


"어디로 가든 간절히 원하는 한가지, 행복"

행복한 삶을 살고싶다는 소망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다.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 행복을 찾아 이리저리 애쓰며 산다. 하늘에서 날리는 눈송이를 손 안에 가두려 애쓰지만 금새 녹아 사라지듯 행복도 손에 잡힐 것 같으면 이내 사라져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게 될 때가 있다.

멀리서 보이는 불꽃은 매혹적이고 아름답지만, 가까이 손을 대면 다치고 만다. 아름다운 불꽃과 같은 행복을 찾아 떠난 한 여자. 그리고 이내 그 불에 삼켜진 나비와 같은 삶을 산 여자 '안나'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사진)는 이런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아름다운 눈송이가 무대 위에서 흩날리고 화려한 무대 위 사교계 연회장 속 안나는 어두운 겨울 밤을 밝게 비추는 불꽃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빛난다. 러시아 재무장관 카레닌의 아내로 살아가는 삶은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지만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나이 많고 무뚝뚝한 카레닌은 안나의 삶을 통제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안나는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움으로 목이 마른 이 때, 잘생기고 젊은 장교 브론스키를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 격정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안나는 연회장에서 브론스키를 만난 이후 전에 느껴본 적 없는 강한 감정에 혼란과 행복감을 느낀다. 약혼자마저 외면한 브론스키와 부적절한 관계에 빠져드는 안나에게 남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타인들의 수근거림과 스캔들은 오히려 그들의 사랑을 활활 타오르게 하고 모든 걸 버리고 떠난 이들은 자유와 행복감에 어쩔줄 몰라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식어버린 사랑 앞에서 안나는 자신의 손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단지 행복을 바랐을 뿐인데 짧은 행복 뒤의 허무함은 길다.

톨스토이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영화와 발레,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된 바 있지만 러시아의 뮤지컬 프로덕션 '모스크바 오페레타 씨어터'가 창작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세계에서 라이선스로 처음 공연되는 데다 국내 뮤지컬 정상급 디바 옥주현과 정선아를 투톱으로 내세웠다.
영상을 도입한 화려하고 역동적인 무대와 열차를 형상화한 군무, 아이스링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러시아 배우들의 숙련된 연기는 마치 피겨 공연을 보는 듯해 꽤 인상적이다. 오페라 가수의 공연 장면에선 실제 성악가가 출연해 마치 공연 안의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다양한 선물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듯한 성찬 같은 공연이다. 2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