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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최저임금 정책은 잘못 끼운 단추다

시장에서 보완책 안 먹혀 풀어서 다시 끼울 수밖에

두자릿수 최저임금 정책이 시행 한 달을 넘겼다. 문재인정부는 올해 시급을 16.4% 올렸다. 그 부작용이 예상보다 크다. 3조원짜리 일자리안정기금도 영 힘을 못 쓴다. 한 달이 지났지만 신청률은 2%를 밑돈다. 정부 따로, 시장 따로 노는 격이다. 최저임금 정책이 과연 지속가능한지 깊이 따져 볼 때다.

애당초 정부도 부작용을 예상했다. 그래서 나름 보완책을 준비했다. 1차로 예산에서 3조원을 보조금으로 따로 떼어놓았다. 인상률 16.4% 가운데 9% 몫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뜻에서다. 하지만 이 역시 탁상행정으로 드러났다. 먼저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최대 월 13만원을 주기 때문이다. 주인과 아르바이트생에게 고용 등 4대 보험 가입은 제법 큰 부담이다. 현장에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2차 보완책으로 신용카드 수수료를 내리고 상가 임대료 상한선을 5%로 묶기로 했다. 이어 장관들과 청와대 수석진을 앞세워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쳤다. 말단 공무원들도 '신청서 접수' 가두 캠페인에 동원됐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설 전에 새로운 보완책을 예고했다. 이런 필사적인 노력의 결과가 1%대 신청률이다. 이게 무슨 뜻일까.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홍보가 부족해서 신청이 저조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정부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장.차관 워크샵에서 "수요자가 외면하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더는 통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책의 당위와 명분이 있어도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가 되기 십상"이라고도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최저임금 정책이다. 공약에 얽매여 수요자를 외면했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최저임금 전원회의는 말다툼 끝에 성과 없이 끝났다.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보너스를 넣을지 말지는 말도 못 꺼냈다. 내년, 후년 최저임금은 온통 가시밭길이다. 2020년까지 1만원이라는 대선 공약을 지키려면 지금보다 33%를 더 올려야 한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

돈을 거저 주겠다는데 상인들이 싫다고 하면 뭔가 크게 잘못됐단 뜻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이상은 높았고 힘은 부족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참여정부 시절을 회상하며 한 말이다. 최저임금이 소득주도 성장론의 출발점이라고, 대표공약이라고,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고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다. 잘못 끼운 단추는 풀어서 다시 끼우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