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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오락가락 가상화폐, 기재부가 중심 잡길

여론에 떠밀리지 말고 경제 사령탑 역할해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할 예정이라고 언론에 보도됐다. 이 청원에 22만명 이상이 동의한 데 따른 것이다. 가상화폐 과세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청원에 대한 답도, 정부입장 발표도 없었다. 기획재정부는 "정부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 없다"는 짤막한 해명자료를 냈다.

시장은 혼란스러워했다. 정부 입장 발표 보도가 나가자 주요 가상화폐거래소에서 값이 폭락했다. 손해 본 투자자들은 울분을 토로했다. 이날 한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총선 때 보자'는 문구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다. 정부는 당초 가상화폐 투기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폐쇄 백지화로 입장을 바꿨다. 요즘에는 당국자들 입에서 다시 "거래소 폐쇄는 여전히 검토 중"이란 말이 나온다. 과세 여부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이 여론에 떠밀려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로 인한 가격 급락으로 투자자들만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대책초안 사전유출이나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당거래 등 대책 마련 작업에 참여한 일부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행위도 있었다. 정부 스스로 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제도권 편입'과 '규제 강화'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되 실명제와 과세 등을 통해 투기를 막겠다는 것이다.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가상화폐 투자자가 300만명에 이르고 투기의 불길이 이미 번질 대로 번졌다. 2030세대가 주축인 투자자들은 "왜 정부가 흙수저 탈출의 마지막 기회를 가로막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더 이상 중구난방이 돼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창구 일원화가 시급하다. 현재 사령탑을 국무총리실로 일원화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청와대, 총리실, 기재부, 법무부 등에서 조율되지 않은 내용들이 산발적으로 튀어나오고 있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사령탑과 발표 창구를 기재부로 넘겨야 한다. 제도권 편입으로 결정한 이상 주무부처는 기재부가 맡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부는 일관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혼란을 막아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