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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마차를 말 앞에 둘 수 없다"

경제학 학술회서 비판 무성.. 소득주도성장 재평가 하길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경제학회가 1일 개최한 '2018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다. 일부 학자들은 소득주도 성장론 자체는 지지하면서도 일자리안정기금 등 세부 정책수단에는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은 생산성을 하락시키는 위험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문재인정부가 내건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정책이다.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분배에만 치중하고 자본 축적을 등한시하면 중장기 성장력 제고에 치명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방향 설정부터 잘못됐다며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학자도 많았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경제성장과 일자리의 관계를 말과 마차의 관계에 빗대어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했다. "마차를 말 앞에 둘 수는 없다"고 했다. 일자리(마차)는 성장(말)의 결과물인데 성장이 일자리를 끌고 가야지 어떻게 일자리(마차)가 성장(말)을 끌고 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명예교수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으며 진보 성향의 학자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정부는 이제 출범 9개월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평가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부진이 더 심해지고 일자리 사정도 악화일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9.9%) 수준으로 치솟았다.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높여주면 경제성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가설은 현실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다. 현실이 이러니 친노 경제학자들마저도 소득주도성장론을 비판하고 나서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리 이상과 취지가 좋아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대다수 경제학자가 반대한다면 그 의견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비중을 줄이고 규제완화와 노동개혁에 주력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