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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석방] "최고 권력자가 삼성 겁박한 사건"..이재용 353일만에 석방

이재용 2심서 집행유예 4년 선고
재판부, 승계작업.부정한 청탁 등 존재 인정 안해
이 부회장 "지난 1년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

[이재용 석방] "최고 권력자가 삼성 겁박한 사건"..이재용 353일만에 석방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 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석방된 이 부회장이 이날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구속 353일 만에 석방됐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구치소를 나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다시 한번 죄송하고, 지난 1년은 나를 돌아보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1심 판단과 달리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으로부터 삼성이 겁박 당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353일 만에 자유 찾은 이재용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도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같이 석방됐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역시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 및 1심 재판부와 상반되는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특검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 측근에게 뇌물을 준 정경유착의 전형으로, 원심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 사건을 대한민국 최고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 경영진을 겁박하고, 측근인 최씨가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본다"며 "피고인들은 최씨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거액의 뇌물공여로 나아간 것"이라고 판단했다. 2심은 1심과 달리 삼성의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이나 '부정한 청탁'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추진한 일부 현안이 성공할 경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및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효과가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이는 계열사들의 경영상 필요나 목적성이 있고, 이 부회장에게 미치는 효과의 크기도 주관적인 것"이라고 전했다. 뇌물공여 범행에 대한 책임을 이 부회장에게만 지울 수 없다는 취지다.

■양측 모두 '상고'

또 피고인들이 뇌물을 건넨 대가로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이익 또는 특혜를 요구했거나, 취득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은 헌법상 부여받은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눠준 박 전 대통령과 그 위세를 등에 업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씨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부회장 측 이인재 변호사(사법연수원 9기)는 선고 직후 "중요한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용기와 현명함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다만 변호인 주장 중 일부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은 상고심에서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삼성이 최씨 측에 제공한 승마 지원 중 일부를 뇌물로 인정한 부분 등을 다투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특검은 "법원에서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법원과 다른 부분은 상고해 철저히 다투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전용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