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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714만명 : 231만명

방일 한국인 714만명
방한 일본인 231만명
작년 여행적자 171억달러.. 아베 관광 정책서 배워야

여행수지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여행수지 적자는 171억7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반도체로 벌어들인 돈(579억4000만달러)의 거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73%나 된다.

한은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파문과 원화 강세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416만명으로 전년 대비 47%나 급감했다. 원화 가치도 1년간 12.8%나 올랐다. 이는 외국인의 국내관광을 억제하고 내국인의 해외여행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드와 환율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사드나 원화 강세 요인이 없던 시절에도 여행수지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근원적으로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 부재가 낳은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행수지가 18년째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이를 입증한다. 만성적 여행수지 적자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관광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재정비가 시급하다. 관광산업 부흥에 성공한 일본의 경험을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714만명)은 같은 기간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231만명)의 3배를 넘었다. 일본이 한국보다 인구가 2.5배, 소득이 1.5배임을 감안하면 두 나라의 관광산업 경쟁력 격차를 실감할 수 있다. 일본은 아베 정부 출범 이후 막대한 투자와 친절 서비스를 발판으로 관광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정책을 폈다.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콜라, 우유, 커피 등 일부 생필품 값은 한국보다 싸졌다. 국내여행보다 일본여행이 더 싸게 먹힌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우리도 일본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국내 관광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
의료관광 등에 대한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 해외의 유명 관광지와 견줄 만한 경쟁력을 갖춘 국내 관광지를 발굴해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국내에서 벌어 해외에서 쓰는 풍토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문재인정부가 내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제약요인이 된다는 점도 유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