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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가상화폐 대책, 한·미 공조를 제안한다

"국가별 규제만으론 한계" ..美 상원 청문회서도 지적

미국 의회가 6일(현지시간) 가상화폐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수장이 출석했다. 의원들은 가상화폐가 가져올 위험에 대해 물었다. 제이 클레이튼 SEC 위원장과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CFTC 위원장은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클레이튼 위원장은 "즉각 추가 규제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그에 대해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안카를로 위원장은 "젊은 세대가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것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가상화폐를 다루는 요령은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다. 입법권을 가진 의회가 여론을 수렴한다. 당국자들은 의회에서 정책 방향을 밝힌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의회 청문회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상원은 지난 2013년에도 비트코인 청문회를 열었다. 당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가상화폐가 돈세탁 등에 악용될 위험이 있지만 연준이 비트코인을 규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신중한 기조는 5년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 지안카를로 위원장은 "사려 깊고 균형 잡힌 대응"을 강조했다. 따지고 보면 CFTC야말로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허용한 주체도 바로 CFTC다. 최근 극심한 널뛰기 장세 속에서도 비트코인 선물 거래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물론 가상화폐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이들도 많다. '닥터 둠'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교수(뉴욕대)는 "비트코인 가격이 영(0)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오거스틴 카르텐스 사무총장은 "비트코인은 버블과 폰지사기, 환경적 재앙의 합작품"으로 깎아내렸다. 사실 가상화폐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블록체인 혁명을 선도하는 첨단 금융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고, 희대의 사기극으로 막을 내릴 수도 있다. 정책 당국자들도 마치 교도소 담장 위를 걷듯 아슬아슬한 기분이 들 게 틀림없다.

이럴 땐 "사려 깊고 균형 잡힌 대응"이 해법이다. 규제할 건 규제하라. 돈세탁이나 거래소 해킹은 없어야 한다. 다만 부작용이 눈에 거슬린다고 송두리째 싹을 자르는 건 어리석다. 청문회에서 클레이튼.지안카를로 두 위원장은 디지털 화폐가 가진 특성상 "개별 국가가 별도로 규제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힘을 합쳐 가상화폐 공조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한국은 가상화폐 메이저 국가로 꼽힌다. 미국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국제공조를 펴면 효과도 더 크고, 우리만 엉뚱한 길로 새는 잘못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