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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또 GM 철수설, 결국 노사가 풀 일이다

거의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정치는 섣부른 개입 삼가야

한국GM 철수설이 또 불거졌다. '또'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02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뒤 철수설은 거의 연례행사처럼 이어졌다. 이번엔 미국 본사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불을 붙였다. 메리 바라 회장(57)은 6일(현지시간) 자회사인 한국GM에 대해 "독자 생존이 가능한 비즈니스를 추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 회장은 구체적으로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합리화 조치나 구조조정을 초래할 수 있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그는 '철수'라고 콕 짚어 이야기하진 않았다. 하지만 외신은 철수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두가지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하나는 진짜 철수할 가능성이다. 최근 몇 년간 GM은 지구촌 전역에서 살빼기 작업에 돌입했다. 돈이 안 되는 사업은 죄다 접을 태세다. 한국도 실적이 나쁘면 언제든 정리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GM은 지난 3~4년간 수조원 손해를 봤다.

다른 하나는 압박 카드 가능성이다. 한국GM엔 직원이 1만6000명 있다. 협력업체 수천 곳을 포함하면 관련 종사자가 30만명으로 추산된다. 문재인정부는 일자리를 최고로 친다. 단 한 개의 일자리도 소중하다. 바라 회장은 누구보다 이를 잘 아는 듯하다. 일자리를 일종의 인질로 잡은 셈이다. 게다가 오는 6월엔 지방선거가 열린다. 공장이 있는 인천 부평, 전북 군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은 온 힘을 다해 철수를 막으려 들 게 틀림없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보듯 정권과 정치인들은 일자리에 가장 취약하다.

하지만 철수설이 나온다고 지레 겁부터 먹을 건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GM은 최대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산은의 동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한국GM의 2대 주주(17.02%)다. 사실이라면 산은더러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보태란 뜻이다. 그러나 부실기업에 공적자금을 지원할 땐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안 될지 따져봐야 한다. 만에 하나 돈을 넣더라도 자구노력이 먼저다.


GM이 과연 최대주주(76.96%)로서 제 역할을 다했는지 묻고 싶다. 또 노조는 실적개선을 위해 무슨 기여를 했는가. 오히려 통상임금 소송과 잦은 노사분규로 회사를 더 큰 어려움에 빠뜨린 건 아닌가. 기본적으로 회사는 노사 합작품이다. 밖에 손을 벌리기 전에 제 모습부터 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