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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현송월·김여정보다 이상화·윤성빈을 보자

올림픽 정치화 경계하며 ICT 강국 면모 보여주길

평창 동계올림픽이 9일 개막된다. 8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한정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등 해외 귀빈들이 입국하면서 세계인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중앙위 제1부부장도 온다. 그러나 스포츠 대제전의 전야치곤 뭔가 어수선해 보인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질 무대가 북핵을 둘러싼 북한과 국제사회의 각축으로 달아오르면서다.

2전3기라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유치한 겨울 축제다. 하지만 30년 전 서울올림픽 때에 비해 붐업 속도도 느리고, 국민과 정부의 일체감도 엷어 보인다. 강추위 속 겨울올림픽인 데다 노로바이러스,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난 탓도 있지만 '북핵 변수'가 근본 요인이다. 평창이 미.일과 북한의 기싸움 무대가 되면서 남남 갈등까지 겹친 결과다. 정부는 '실세' 김여정의 방남으로 김정은과의 남북 정상회담까지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에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 후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를 곧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핵 포기가 아닌, 북의 위장 평화공세엔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비친 셈이다. 이는 천안함 방문, 탈북자 접견 등 펜스 부통령의 방한 동선에서도 읽힌다.

정부는 북한의 참가를 계기로 '남북 대화→미.북 대화→북핵 출구'로 연결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그런 기대로 '대북제재 위반과 저자세 논란'도 감수할 태세인 듯하다. 이를 위해 미국의 독자제재안에 포함된 마식령스키장행 전세기를 띄우고 5.24 조치에 위배되는 만경봉 92호의 입항도 허용했다. 8일 북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된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에 대한 제재 면제를 유엔 안보리에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제재 수위를 끌어올리며 군사적 옵션까지 거론하자 올림픽 참가로 선회했다. 남북 대화 모드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북한판 '헤징전략'이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가 '소망적 사고'에 갇혀 더는 국제공조를 허물어선 곤란하다. 8일 평양 열병식과 삼지연관현악단의 강릉 공연을 끝으로 이제 관객의 관심이 경기장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 현송월 악단장이나 김여정 부부장이 아니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나 스켈레톤의 윤성빈 같은 스타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정상이다.
대한민국은 서울올림픽에서 선진적 대회 운영으로 '글로벌 국가'로 발돋움했다. 이번에는 과도한 '평창의 정치화'를 경계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평창올림픽이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