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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남북정상회담, 비핵화 여는 디딤돌 돼야

한·미 공조 균열 경계하며 북핵 문제 주의제로 삼길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의 운명이 중대 분수령을 맞을 참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0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공식 요청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이를 사실상 수락했다. 북측의 제의 이면엔 당면한 핵.미사일 도발로 자초한 국제제재를 피하려는 복선이 깔려 있을 수도 있을 게다. 다만 그럴수록 남북대화를 통해 위기를 해소하는 노력이 긴요하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전부터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다. 북핵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북측의 제안이 핵 동결을 '입구'로 한 문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구상에 호응한 것으로 보기엔 여전히 미심쩍다. 외려 초고강도 경제제재와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방편일 법하다. 김 위원장이 '백두혈통' 누이의 손에 친서까지 들려 정상회담을 제안할 정도로 다급하다면 말이다. 특히 미국이 제재 수위를 끌어올리며 군사적 옵션까지 거론하자 일종의 '헤징 전략'으로 남북대화 카드를 빼들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내민 손을 뿌리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태도라고 본다. 만일 미.북 간 강 대 강 대치가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로 이어진다면 우리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어서다. 이런 불의의 사태를 막으려면 일단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해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당연히 북한의 비핵화가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되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문재인정부는 늘 보아온 '우리 민족끼리'라는 북한의 구호성 공세에 휘둘려선 안 될 것이다. 한.미 공조에 금이 갈 가능성을 경계하란 얘기다.
정상회담 여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측이 한.미 연합훈련과 미군 전략자산 순환배치 중단 등을 요구할 개연성이 농후해서다. 혹여 북한이 핵 폐기는커녕 핵 동결 의사조차 비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제재의 그물망만 흐트러지는 우를 범한다면 그야말로 꿩도 잃고 매도 놓치는 형국일 게다. 남북 간 온갖 화려한 교류협력 합의안이 숨겼던 북한의 핵 야욕이 드러나면서 휴지조각이 됐던 2000년 1차, 2007년 2차 정상회담의 전례를 교훈 삼을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