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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GM 군산공장 폐쇄, 정부 나서지 말라

감원 카드로 정치권 압박.. 사기업 생존 노사 맡겨야

미국 자동차업체 제네럴모터스(GM)가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13일 결정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현재의 생산설비 등을 모두 유지한 채 회생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5월 말까지 계약직을 포함한 직원 2000명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GM의 경영난은 심각하다. 최근 4년간 2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군산공장 폐쇄도 예견됐던 일이다. 군산공장은 GM 본사가 한국에 할당된 유럽 수출물량을 줄이면서 가동률이 20% 밑으로 떨어져 지난주 생산라인이 멈췄다.

한국GM의 직간접 고용인원은 30만명에 달한다. GM이 철수를 강행하면 대량실업 사태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유감'을 표명하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정부가 섣불리 지원 카드를 내보여선 안 된다. 군산공장 폐쇄 결정은 곱게 보이지 않는다. 노림수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을 한껏 밀어붙이려는 전략이다. 한국사업장을 총괄하는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GM이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 말까지, 이해관계자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데드라인까지 정해놓고 한국 철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한국GM 경영난의 근본원인은 판매량 급감과 고비용·저효율 구조 탓이다. 한국GM의 내수와 수출을 합친 자동차 판매량은 2013년 78만대에서 지난해 52만대로 30% 넘게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7300만원에서 8700만원으로 20% 가까이 올랐다. 그럼에도 노조는 툭하면 파업을 벌인다. 이런 마당에 GM 본사는 글로벌 사업재편 목적으로 수출물량을 줄여놓고도 이를 대체할 경쟁력 있는 차종은 배정하지 않았다. 본사와 거래하며 부품을 비싸게 들여와 완성차는 싸게 판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GM에 빌려준 GM홀딩스의 대여금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GM이 계획하는 유상증자 규모는 3조원가량이다. 산업은행이 지분(17.02%)대로 참여할 경우 대략 5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국민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원한다고 살아난다는 보장도 없다. 기본적으로 회사는 노사 합작품이고, 회사를 살리겠다는 대주주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벌써부터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정치권이 요란하다.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표심에 흔들리면 안 된다. 평균 연봉 8700만원을 받는 민간기업에 세금을 쏟아붓는 건 누가 봐도 상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