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최순실에 중형, 엄중한 법의 심판 존중

1심, 국정농단에 20년 엄벌.. 신동빈 법정구속 안타까워

법원이 18개 혐의로 기소된 최순실씨(62)에게 중형을 내렸다. 13일 서울중앙지법 김세윤 부장판사(형사합의22부)는 최씨에게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지난 2016년 11월 재판에 넘겨진 이래 450일 만이다. 사필귀정이다. 최씨는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세에 빌붙어 정부 인사에 개입하고 국정을 흔들었다. 기업을 겁박해 사사로이 이익을 채웠다. 심사숙고한 재판부의 결정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광복 이후 역대 최고권력자들은 늘 친.인척과 측근 비리에 시달렸다. 어떤 대통령은 자식이 아버지의 힘을 앞세워 호가호위했고, 어떤 대통령은 동생 또는 형이 제멋대로 권력을 휘둘렀다. 독신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라는 측근이 피붙이 저리가라 할 만큼 자의적 권력을 행사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지 않는 한 이런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개헌을 논의 중인 정치권이 깊이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법원은 기업이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는 점을 대체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에 대해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기업체에 출연을 강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지난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2심 재판부가 내린 판단과 맥을 같이한다. 당시 서울고법 재판부는 "최고 정치권력자가 삼성그룹 경영진을 겁박하고, 측근 최순실씨가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승계작업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것도 최순실 재판부와 이재용 2심 재판부의 판단이 같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동빈 롯데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혁신에 박차를 가해온 신 회장으로선 불행한 일이다. 롯데는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 명목으로 70억원을 추가로 제공했다. 법원은 이를 면세점 허가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으로 봤다. 롯데는 특혜를 바라고 출연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다. 이 문제는 항소심에서 다툴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른바 최순실 사태는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을 불렀다. 최씨에 대한 판결은 곧 있을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판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로지 법리에 충실한 재판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