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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차이나' 베트남을 가다] KB증권, IB 강점가진 '다윗' 증권사… 3년내 톱10 가능

<5> KB증권
10억弗 회사채 주관하는 등 인수 전부터 IB부문 강해
일반 직원부터 경영진까지 베트남인으로 현지화 전략

['넥스트 차이나' 베트남을 가다] KB증권, IB 강점가진 '다윗' 증권사… 3년내 톱10 가능

【 하노이(베트남)=윤경현 기자】 KB증권은 베트남시장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 가운데 '막내' 격이다. 지난해 10월 업계 15위권(시장점유율 기준)의 매리타임증권 지분 99.4%를 인수하고,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병조 KB증권 사장은 "본사의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베트남의 선도 증권사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매리타임증권 인수작업은 2016년 12월 시장조사를 시작한 이후 10개월만에 마무리됐다. 총 20개 후보 가운데 대외적인 평판이 좋고, 리스크 관리를 잘하며, 영업기반을 갖추고, 적정한 가격에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곳을 골라냈다는 설명이다.

KB증권 베트남법인 관계자는 "베트남 진출과 동시에 성장 잠재력을 지닌 증권사를 인수했다"면서 "일반 직원들은 물론 경영진까지 현지 사람들로 채우는 '동화되는'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5년 후 '톱5' 진입 가능

매리타임증권은 소형(부티크) 증권사였지만 투자은행(IB)부문에서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호찌민 인근에 신도시를 개발하는 Becamax IDC가 10억달러(1조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당시 주관사였고, 부동산 개발업체 DIG그룹의 회사채(1억달러) 발행도 맡은 바 있다.

매리타임증권에 이어 KB증권 베트남법인에서도 IB부문을 책임지게 된 응우웬 둑 호안 부사장은 "회사 규모가 크지 않은 탓에 고객이 제한적이었으나 국영기업들과의 네트워크는 좋다"면서 "자금조달이나 국영기업의 민영화 및 지분매각, 기업공개(IPO) 등에서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국내외 인수합병(M&A) 등에도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고, 아직 베트남시장에선 초기 단계인 파생상품서비스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문인력의 충원과 육성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KB증권 베트남법인은 고액 자산가들을 주요 타깃고객으로 삼고 있다. KB금융그룹의 계열사라는 점을 십분 활용, 저금리로 자금을 들여와 고객들에게 빌려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법인의 주식담보대출(마진론) 이자율은 11.5~12.5%로, 최상위권 경쟁사들(9.8∼10.5%)보다 2%포인트 가량 높다.

호안 부사장은 "시장점유율이 1%대 초반으로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3년 안에 '톱10'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본사와 그룹의 지원을 받으면 5년 후에는 '톱5'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수 시너지에 큰 기대

호안 부사장은 KB증권의 인수로 많은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중에서도 △본사의 트레이딩 플랫폼 기술을 통해 고객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 △자본금 확충이나 지급보증 등을 통해 자금조달이 훨씬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점 △기관투자자 등 한국의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 등을 주요 포인트로 꼽았다.

호안 부사장은 "이미 '환'이라는 한국이름을 갖고 있다"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시너지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본사와 현지법인 간의 인력 교류가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현지법인은 한국의 문화나 투자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본사는 베트남시장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너지 효과는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과거 매리타임증권의 이름으로는 접근하기 힘들었던 베트남의 최고 기업들과의 접촉이 한층 손쉬워진 것이다. 호안 부사장은 "고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에 하나가 '신뢰할 수 있는 회사냐' 하는 것"이라며 "KB금융그룹이라는 든든한 울타리에 들어가고 나니 이제는 어디에 가든 당당하게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