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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평창올림픽에서 보는 한국인의 DNA

[차관칼럼] 평창올림픽에서 보는 한국인의 DNA

88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평창올림픽이 열렸다. 지난 9일 개막식은 세계인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우리 문화와 세계 문화가 함께 어우러졌고, 전통의 바탕 위에 첨단기술이 가미돼 모두를 놀라게 했다. 특히 남북이 함께 발산한 평화의 메시지는 올겨울의 유례없는 추위에도 희망의 열기를 내뿜어주고 있다.

평창올림픽은 개최기간 내내 우리에게 희망과 감동을 일깨워주고 우리 역사에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 줄 것으로 확신한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냐고 묻는다면, 우리에게는 세계를 상대로 놀라운 역사를 만들어내는 위대한 DNA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30년 전 서울올림픽이 열리기 전의 상황은 영화 '1987년'에서처럼 암울했다. KAL기 폭파사건의 두려움과 올림픽 성공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했다. 그런 것을 뒤로 하고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은 모름지기 국민의 단결력 때문이었다.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전쟁을 치른 변방의 나라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국가로 발돋움한 것이다. 우리 민족의 이런 DNA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10개 도시에서 개최된 월드컵 경기에서 전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어 대한민국을 외쳤다. 서울시청 앞에서 수십만명이 넘는 응원객이 모였지만 쓰레기도 없었고 화단의 풀과 꽃이 짓밟히지도 않았다. 일치단결하는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모습에 반해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았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문화강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2002년 월드컵의 진정한 승리자는 대한민국과 그 국민이었으며 우리 스스로 우리의 저력에 놀랐다.

그런데 우리가 외국과의 경쟁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 분야는 스포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경제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다. 자원 하나 없는 나라가 수출 주도의 산업화 정책으로 해외에서 경쟁하며 경제 강국이 되었다. 가난했던 시절 우리의 수출품은 철광석, 오징어, 가발, 의류였다. 그런 우리가 밖으로 눈을 돌려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 디스플레이, 휴대폰 같은 분야에서 세계와 당당히 겨루어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 해외 건설시장에서도 초대형 프로젝트와 플랜트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세계 최고층빌딩은 한국 건설사가 지었다. 맹위를 떨치는 한류의 지구촌 확산도 한국인의 DNA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서도 대외개방의 파고를 이겨낸 사례가 많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후 1996년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됐다. 시장개방 초기의 우려와 달리 외국 대형할인점과의 경쟁에서 국내 할인점은 경쟁력을 쌓았고, 세계 양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까르프는 경쟁에 밀려 국내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드문 현상이다. 이후 국내 유통업체들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은 중소기업에도 상생의 활로를 개척해 주었다. 시장개방 이후 유통구조와 생산성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고, 해외로 눈을 돌려 기업과 상품 가치가 증가했다. 반대로 대외개방 수준이 낮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서비스분야는 부가가치가 낮고 발전이 정체되었다.

개방과 경쟁은 단기적으로 고통을 주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 혁신과 생산성 증가를 가져다 준 경우가 많았다. 우리 현대사에 수많은 주름과 명암이 있었고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서도 걱정과 우려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이룬 성과에 자긍심을 가지고 내일을 위한 도약을 꿈꿔야 한다. 우리의 강인한 힘이 느껴지는 평창에서 일치단결하는 한국인의 DNA를 느껴본다.

다시금 사회 전반에 역동성이 확산돼 세계를 상대로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 시점이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