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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차이나' 베트남을 가다] 한국투자신탁운용 "내년엔 베트남 최대 외국계 자산운용사"

<6.끝> 한국투자신탁운용
국내 자산운용사중 첫 진출.. 이젠 ‘빨리’보다 ‘질’로 승부
30년전의 한국경제 보는듯.. 베트남 성장여력 아직 많다

['넥스트 차이나' 베트남을 가다] 한국투자신탁운용 "내년엔 베트남 최대 외국계 자산운용사"

【 호찌민(베트남)=윤경현 기자】 "내년에는 베트남 최대의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되겠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현재 1조4000억원 수준인 운용자산을 2조5000억원 수준으로 늘려 1등인 영국계 드래곤캐피탈을 넘어선다는 목표다. 베트남 증시가 이를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호찌민 증시(150조원)와 하노이 증시(11조원), 비상장시장인 UPCoM(35조원)까지 합치면 베트남 증시의 전체 규모는 200조원에 육박한다.

베트남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베트남 관련 펀드에 올해 들어 하루 평균 2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밀려들었다. 한국계 자금이 버블(거품)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결국 한투운용은 지난달 3개 펀드를 대상으로 소프트클로징(신규 및 추가 가입 중지)을 실시했다. 펀드의 규모보다는 자금유입의 속도 면에서시장의 과열을 부를 수도, 변동성을 키울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배승권 한투운용 호찌민사무소 주식본부장은 "기업공개(IPO) 등을 포함한 지난해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자금은 약 8조원이고, 이 가운데 한국계 자금은 7.5%(6000억원 미만)에 불과하다"며 "과거와 같은 비정상적인 랠리와 변동성을 만들어낼 규모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장차 글로벌 자금도 받아들일 것

한투운용은 베트남시장에서 '선구자' 격이다. 베트남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과 저평가 매력에 주목, 지난 2006년 국내 자산운용사 중 처음으로 베트남에 진출했고, 그해 6월 첫 번째 펀드를 선보였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아시아 이머징시장의 옵션을 하나 늘려준 셈이다.

초창기에는 그야말로 승승장구했고, 운용자산이 1조원에 육박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악재를 만나면서 거품은 일시에 꺼졌다. 펀드 환매가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운용자산은 25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다행히 2013년 이후 늘어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과거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배 본부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부침을 겪기는 했으나 단 한 번도 축소나 철수를 고민한 적이 없다"며 "당시에 얻은 교훈 이 '돈이 들어오는 재미에 취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규모를 키워가는 과정에서 '속도' 조절과 함께 '어느 주식에 투자하느냐'하는 질(퀄리티)적인 측면에도 더 신경을 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 본부장은 "지금은 사무소 형태지만 장차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유럽 등지로부터 글로벌 머니(자금)를 받아들일 것"이라며 "오랜 경험에 현지화된 운용역량,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경쟁력은 충분히 갖췄다"고 강조했다. 한투운용의 경쟁력은 숫자로 증명된다. 한투운용의 베트남 펀드 중 6개는 최근 1년 수익률이 32∼44%를 기록 중이고, 나머지 하나도 10%대 중반을 나타내고 있다.

■베트남 매력은 '성장 가능성'

베트남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성장 가능성이다. 배 본부장은 '넥스트 차이나'가 아니라 오히려 '넥스트 코리아'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성장 사이클의 초입에 들어선 한국의 1980년대 중반으로 보면 된다"며 "앞으로 20~30년 간 보여줄게 많은 만큼 긴 호흡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오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과거와는 체질이 확 바뀌었다"는 견해가 더 우세하다.
VN지수가 2007년 당시의 고점에 근접하고 있으나 밸류에이션은 훨씬 낮은 수준이다. 배 본부장은 "10년 전 주가수익비율(PER)이 무려 47배에 이르렀던 것과 달리, 현재는 PER가 19배에 머물고 있다"며 "지난해 시장의 순이익 증가율이 18~20%였고, 올해도 15~17%로 에상된다는 점을 감안할때 절대적인 고평가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인도네시아(23배), 필리핀(24배) 등 주변의 아시아 이머징시장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며 "특히 각종 경제지표가 보여주는 월등한 성장세를 고려하면 베트남은 여전히 합리적인 밸류에이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blue7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