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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증시 약세속 이탈리아는 독야청청

경제지표개선, 저가매수가 배경

유럽증시 약세속 이탈리아는 독야청청
이탈리아 주식시장이 유럽 증시 약세 속에 나홀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유럽증시가 최근 뉴욕증시 급락세 속에 동반 추락하면서 연초 대비 약세로 돌아선 반면 이탈리아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다음달 총선 결과가 안갯속일 정도로 정국이 혼미하지만 상승 흐름은 꿈쩍도 않고 있다.

국채 수익률 역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독일 국채(분트)와 수익률 격차를 계속 좁히고 있다.

유럽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이탈리아 시장의 역설이 이어지고 있다.

18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 증시는 다음달 2일 총선을 앞둔 불안 속에서도 유럽증시 약세에 아랑곳 없이 홀로 질주하고 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가 연초대비 22%, 27억유로에 리치몬트가 인수를 제안한 패션업체 육스 네타포르테 그룹이 30% 폭등한 덕에 밀라노 증시의 우량주로 구성된 FTSE MIB 지수는 올들어 4.3% 상승했다.

이는 유럽 증시 상황과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유럽 시황을 나타내는 유로스톡스 600 지수는 2.2% 하락했고, 유럽의 대표 우량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닥스30 지수 역시 3.6% 떨어졌다.

이탈리아 경제 지표가 개선된데다 위기를 겪었던 은행 주가가 지나치게 큰 폭으로 떨어져 있다는 인식에 따른 은행주 저가 매수세가 증시를 떠받친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유니크레디트, 인테사 상파울루 등 은행주들에 매수세가 몰렸다.

소형주 역시 세제혜택 등에 힘입어 증시 상승세를 부추겼다.

유니크레디트의 시장전략가 엘리아 루투가는 "거시경제지표 개선과 장기저축상품(PIR) 투자 덕에 소형주들이 특히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PIR은 개인 장기저축 상품으로 세금혜택이 있어 인기가 높다. 이 상품은 이탈리아 중소기업 투자지원을 위해 개발됐다.

오는 3월 2일 총선이 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울 법 하지만 아직 시장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 특이사항이다.

현재 여론조사 흐름으로 보면 집권 중도좌파 연정의 실각이 예상된다. 대신 부패추문으로 물러났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연합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극우 반유럽 정당과 반기성 정당인 오성운동 역시 이번 총선에서 약진할 전망이다.

시장은 그러나 총선 결과에 따른 충격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위험지표인 국채 수익률이 안정적이라는 점이 이를 입증하는 또 다른 방증이다.

기준물인 이탈리아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16일 2% 안팎에서 움직였다. 지난해 3월 2.5%에 비해 0.5%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안전자산인 독일 10년물 분트와 수익률 격차 역시 지난해 4월의 2.13%포인트에 비해 크게 낮은 1.28%포인트로 좁혀졌다.

런던경제대(LSE) 유럽연구소의 교환교수인 로렌조 고도뇨는 총선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배경으로 반기성 정당이나 반유럽 정당이 과반을 획득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꼽았다.

다만 고도뇨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고 또 총선에서 어떤 정당도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대연정이 필요해지고, 그 과정이 지난해지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