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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국GM 2대주주 산은, 제 목소리 내라

본사 배불리는 행태 눈감아.. 출자회사 관리 체계 손봐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2대주주인 산업은행 책임론이 불거졌다. 오래전부터 경영부실이 진행됐는데도 지분 17%를 가진 산은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GM 경영위기의 근본원인은 경쟁력 없는 차를 만들어 판매량이 급감한 탓이다. 고비용.저효율 구조도 한몫한다. 이런 마당에 미국 GM 본사는 한국에 할당된 유럽 수출물량을 줄였다. 한국GM의 차 판매량이 2013년 78만대에서 지난해 52만대로 30% 줄어들 동안 임금은 직원 1인당 평균 8700만원으로 20% 가까이 올랐다. 그럼에도 노조는 툭하면 파업이다.

하지만 한국GM 노조와 정치권에서는 본사만 살찌우는 경영행태를 이유로 든다. GM 본사는 한국GM을 인수한 뒤 투자금을 빼고도 로열티, 차입금 이자 등의 명목으로 최소 3조5000억을 회수해 갔다고 한다. 2014∼2016년 3년간 연구개발(R&D)비가 1조8580억원으로 같은 기간 누적 적자보다 많다. 본사로부터 부품을 비싸게 들여와 완성차는 싸게 판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았다. 19일 더불어민주당의 한국GM 대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홍영표 의원은 "한국GM의 부실 원인은 GM 본사의 돈만 벌려는 구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산은은 그동안 여러 의혹에 대해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산은은 상법상 보장된 회계장부 열람, 재무상태를 검사할 권리가 있다. 한국GM 이사진 10명 중 3명에 대한 추천권도 갖고 있다. 산은은 작년 3월 주주감사 청구권을 행사해 한국GM에 경영자료를 요청했지만 한국GM은 116개 자료 중 6개만 제출했다. 그런데도 산은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물론 고충을 모르진 않는다. 산은은 국책은행이다. 그래서 정부 입김이 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할 때다. 당시 홍기택 산은 회장은 나중에 책임론이 불거지자 "당국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산은의 책임이 덜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산은은 정부의 '부당한' 지시에 맞선 적이 없다. 산은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결정이 나자 산은은 부랴부랴 주주감사 청구권을 발동했다.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다음에는 늦다. 국민세금이 들어간 출자회사는 상시적으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산은은 출자사만 27곳에 출자금액도 수십조원에 이른다. 출자회사 경영 상황을 속속들이 꿰고 있어야 정부에도, 출자회사에도 말발이 먹힌다. 산은의 출자회사 관리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손보지 않고는 이런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