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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영 칼럼] 해외여행과 함께 떠난 일자리

출국률 세계 1위, 일본의 3.5배.. 소비 유출은 일자리 유출과 같아
국내관광 키워서 일자리 지켜야

[염주영 칼럼] 해외여행과 함께 떠난 일자리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대선 때 '주요국 리쇼어링 동향과 정책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냈다. 지난 10년간(2005~2015년)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이 직접투자를 통해 국내외에 만든 일자리 수를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국내기업들이 이 기간에 해외로 나가 만든 일자리는 110만개가 늘었다. 반면 외국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와 만든 일자리는 7만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투자유출로 많은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상의가 이런 보고서를 낸 것은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한 문재인 후보에게 국내 투자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삼성전자가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 과거에는 기업의 글로벌화라며 반겼다. 지금은 다르다. 국내기업이 해외에 투자하면 일자리 유출로 본다. '투자=일자리'다. 일자리 부족 시대가 만든 변화다.

그런데 투자만이 아니다. 소비도 해외로 빠져 나간다. 해외여행 하는 것을 무턱대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쳐 경제에 부담을 준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내국인 2600만명(연인원)이 해외여행을 했다. 내국인 출국률이 50%로 세계 1위였다. 인구가 1억2000만명이고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일본(14%)의 3.5배나 됐다. 분수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다.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들이 해외에서 쓴 돈은 29조원이나 된다. 소비가 해외로 빠져나가면 일자리도 함께 빠져나간다. 만약 내국인 출국자들이 국내여행을 선택했다면 국내에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을까. 한국은행의 취업유발계수 통계를 이용해 어림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전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2.9명(2014년)이다. 산출액 10억원당 평균적으로 12.9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뜻이다. 범위를 관광산업으로 좁히면 취업유발계수는 18.9로 높아진다. 29조원을 국내에서 썼다면 국내 관광산업에 대략 55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해외여행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해외여행을 안할 수는 없다. 청년들의 안목을 넓혀 국가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분에 넘치는 무분별한 해외여행으로 국력을 소진하고 일자리를 고갈시키며 청년백수를 양산하는 것이 타당한가는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 국민이 해외여행을 10%만 줄이고 국내여행으로 대신한다면 실의에 빠진 청년실업자 5만5000명에게 반듯한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협력해 정책을 잘 준비하면 그 비율을 20~30%까지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외국인 관광객까지 늘어난다면 금상첨화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선거 때마다 일자리 허풍공약만 남발하고 선거가 끝나면 나 몰라라 했다. 실천 가능한 방안이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취업포기자를 포함한 사실상의 청년실업자는 100만명을 넘었다.

일자리 부족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은 희망 대신 포기와 좌절하는 법부터 배운다. 참으로 야박한 세상이다. 일자리 문제로 고심하는 정부와 정치권에 관광산업을 키우라는 제안을 하고 싶다. 관광업은 일자리 보고다. 여기저기 걸려 있는 규제의 그물망만 치워도 적지 않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해외여행과 함께 떠난 일자리를 찾아와야 한다. 청년백수 수십만명의 그늘진 삶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면 정치는 잠시 뒷전으로 밀쳐놓아도 된다. 민생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