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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검찰이 '농락'에 대처하는 법

[기자수첩] 검찰이 '농락'에 대처하는 법

해양환경단체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하고 민정수석에게 호소의 편지를 보내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울산 불법 고래고기 환부사건에 최근 '농락(籠絡)'이라는 단어가 새로 등장했다.

가정하에 나왔지만 농락당한 대상이 검찰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울산지검은 고래고기를 피의자들에게 되돌려 줄(환부) 당시 불법 포획된 고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드러난 다른 사실은 의구심이 들게 했다. 고래연구센터의 DNA 검사 결과 압수된 고래고기가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로 확인됐고, 또 이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가 울산지검에 제출한 59장의 고래고기 유통증명서가 모두 가짜로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이 증명서들은 울산지검이 40억원 상당이나 되는 불법 고래고기 27t 중 30억원가량인 21t을 되돌려준 근거가 됐다. 하지만 유통증명서에는 기재된 고래의 종류가 달랐다. 대부분이 돌고래 종류였다. 심지어 10년 전에 발급한 것도 있는 조잡한 가짜 증명서였다.

검사가 조금만 검토했어도 가짜임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여기서 가정해 볼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뿐이다. 검찰 조직이 이를 알고도 환부해주었거나 아니면 철저하게 변호사에게 속았거나.

전자는 해당 변호사가 울산지검에서 비슷한 사건을 담당했던 전관이었다는 점, 그리고 변호비용으로 수억원을 지불했다는 피의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

후자의 경우 한 마디로 변호사와 피의자들이 "검찰을 갖고 놀았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교묘한 꾀로 속여 제 마음대로 놀리다"라는 뜻의 '농락'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그런데 전자가 아닌 후자가 사실이라도 현재 검찰의 처신은 어딘가 어색하다. 농락에 분개하는 모습도, 직접 수사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려는 경찰의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결국은 전자 쪽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캐나다로 연수를 떠나 있는 해당 검사는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세한 것은 울산지검에서 답해 줄 것"이라며 조직적인 대응 태도를 보였다.


이 말에서 "나는 잘못이 없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으니 당연히 조직이 보호해 줄 것이다"라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기자의 기우(杞憂)이길 바랄 뿐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정책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