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인터뷰] '평창올림픽 유치' 강원지사로 뛰었던 이광재 여시재 원장

대회 끝나면 국제정세 요동칠 것
北, 대화의 장 끌어내는 노력 필요.. 한국, 주변국 설득 위한 전략 짜야

[인터뷰] '평창올림픽 유치' 강원지사로 뛰었던 이광재 여시재 원장
이광재 여시재 원장/사진=김은희 기자

"일단 아무말 하지 말고 점심을 한 스무번쯤 먹어야죠."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이후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 훈풍을 한반도 비핵화로 이어가기 위한 '액션플랜'을 달라는 주문에 이광재 여시재 원장(사진)은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답했다. 그는 "대화와 협상을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면서 "협상은 본질적으로 최후에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시재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한국판 브루킹스연구소'를 표방해 2015년 12월 출범시킨 싱크탱크다.

지난 12일 서울 백석동길 여시재에서 만난 이광재 원장에게 평창올림픽이 가지는 의미는 특별해보였다. "제 고향이 평창이잖아요." 그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에게 평창올림픽은 단순히 '고향에서 열린 올림픽'은 아니었다. 이 원장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당시 동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시작했다"고 회고하며 "올림픽 유치의 전 과정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올림픽 개최를 위해 애쓴 분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도 강원지사 재임 시절 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한 사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원장은 "첫째로 평창올림픽이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기초가 되고, 둘째로 이를 계기로 강원도가 국가 미래산업의 기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이 '평화'와 '번창'의 올림픽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올림픽이 첫발을 잘 뗐다고 이 원장은 평가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이 역사의 유산이 될 수 있는 길은 평화"라며 "최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위태로웠다. 그런 가운데 한반도 평화의 기운이 살아나는, 어떤 실낱 같은 가능성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올림픽 이후가 진짜 시작이라고 이 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올림픽이 끝나면 국제정세는 요동칠 것"이라며 "북한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상대로 어떻게 외교력과 정치력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국제사회가 모두 함께 나서서 북한을 안심시켜야 해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오려는 노력이 중요한 거죠." 평화의 시작이 '대화'에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지론이다.

이 원장은 이를 위해 우리가 무엇보다 '주체'로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세우고 주변국을 설득하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변국과의 관계에선 '독일을 너무 사랑하기에 독일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는 프랑스를 설득해낸 독일의 통일 사례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자국에 무슨 이익이 되느냐는 부분을 설득해 동참을 이끌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가 곧 '세계 평화질서의 축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은 미.중.일.러, 그리고 한국이 세계 평화체제를 만드는 것이나 다름 없어요. 마치 유럽에서 독일이 통일되면서 군사안보적 협의가 이뤄졌듯이 말입니다.
" 여시재가 동북아 협력을 제1과제로 삼고 연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통일된 한반도의 주민으로 사는 것, 그게 제 꿈이에요." 이 원장은 "일단 변화의 불씨는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도 조그마한 탁구공에서 '핑퐁 외교'를 열고 세계 역사를 바꿨다"며 "한반도가 미래와 희망의 땅이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할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