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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폭탄 파장] 비즈니스맨 트럼프의 정치, 세계무역전쟁에 불 붙이다

세탁기 이어 철강까지 관세폭탄… 중국 겨냥했지만, 동맹국 타격
‘안보’ 이유로 막대한 관세.. CNN머니 "교역질서 파괴"
중국의 우회수출 의심 받는 한국.베트남산 집중 견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무부 제안을 받아들여 '안보'를 이유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막대한 관세를 물리면 세계 교역질서에 재앙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CNN머니가 18일(현지시간) 교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CNN머니는 미 상무부 제안이 중국을 직접 겨냥하고는 있지만 그 여파는 중국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 브라질, 한국, 러시아 등으로 확대되고, 결국에는 전 세계 교역 체제로 충격이 확산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까지 수입 철강.알루미늄 모두에 관세, 특정국 철강.알루미늄에 대규모 관세, 수입물량 제한 등 상무부 제안 가운데 하나 또는 그 조합을 택하면 된다. 또는 완전히 다른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선거 기간 중인 2016년 4월 철강도시 피츠버그를 방문해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아마도 약간 낮은 가격에 철강을 들여올 수 있겠지만 대신 일자리를 모두 잃는다"고 강조했었다.

CNN머니는 그러나 중국이 최대 철강 수출국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상무부 보고서를 보면 대미 철강 최대수출국은 캐나다로, 전체 미국 철강수입의 16%를 차지했다. 브라질이 13%, 한국이 10%, 멕시코와 러시아가 각각 9%로 그 뒤를 이었다. 중국은 10위권에도 끼지 못한다.

교역 전문가들은 모든 철강수입에 25%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면 전 세계 교역에 심각한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캐나다, 한국, 멕시코 같은 미 동맹들도 보복에 나서려 할테고, 농산물 등 미 수입품에 관세폭탄을 물리거나 보잉 여객기를 에어버스로 바꾸는 것 같은 수입원 교체에 나설 수 있다고 이들은 우려했다.

모든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관세폭탄을 매기지 않기로 결정하는 대신 다른 대안을 택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1962년에 만들어진 이름도 생소한 교역확장법 22조항을 적용해 조처를 내리게 된다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수입이 국가안보를 해친다"고 믿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리는 매우 조잡한 것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이 문제가 상정될 경우 결코 수입규제에 대한 타당한 근거로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포덤대의 매트 골드 교수는 안보 논리는 명백한 국제 교역질서 위반행위로 간주될 것이고, 이는 다른 나라들의 보복 빗장을 열어젖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골드 교수는 "미국이 글로벌 교역규정 중대위반이라는 행위를 하면 글로벌 교역시스템 전체의 근간이 실제로 흔들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중국을 겨냥해 한국과 베트남에 집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전 행정부들의 잇단 제재로 중국의 대미 철강수출이 크게 위축된 반면 중국이 한국이나 베트남 등을 통해 미국에 철강을 우회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교역전문가인 윌리엄 라인슈는 상당수 중국산 철강이 간접적으로 미국 시장에 들어온다면서 중국은 철강 반제품을 한국이나 베트남에 수출하고, 이들이 마지막 작업을 한 뒤 한국산이나 베트남산으로 포장해 미국에 수출한다고 지적했다.

라인슈는 "이런 경로도 함께 봉쇄한다면 중국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