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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것이 애비 살리겠다고.. 사람보다 낫죠"

"어린 것이 애비 살리겠다고.. 사람보다 낫죠"
동물권단체 케어에 의해 구조된 아빠 백구 '똘이'. 사람이 설치한 올가미에 걸려들었던 똘이는 목이 깊게 파였다. 이 상처를 아들 백구인 '양돌이'가 매일 핥아주면서 간신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진=케어 제공)

“개가 올가미에 걸려 목이 반쯤 잘린 것 같아요!”
20일 동물권단체 케어에 따르면 지난달 말 단체에 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백구 한 마리가 쇠줄 올가미에 걸린 채 매우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돌아다녔으며 올가미가 목을 파고들어 피부가 벌겋게 벗겨져 구조가 시급해보인다는 내용이었다.

백구는 2년 전부터 동네 야산에서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이 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며 살던 개였다. 언젠가부터 아들 한 마리를 데리고 다니던 백구는 일부 동네 아저씨들의 표적이 됐다. 결국 올가미에 걸려들었던 아빠 백구는 천신만고 끝에 도망쳤지만 발버둥을 칠수록 쇠줄이 목을 조이면서 피부 속을 파고들었다.

아빠 백구가 “꺼엉, 꺼엉” 신음소리를 내며 괴로워하자 아들 백구는 연약한 이빨로 올가미를 물어뜯고 목덜미 피고름을 일일이 핥아냈다. 그리고 마을로 내려와 먹이를 물어 나르며 아빠 백구를 보살피기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은 이런 아들 백구의 정성에 “사람보다 백배 낫다”며 안쓰러워했다.

제보전화를 접한 케어 측은 구조대를 현장에 파견했다. 첫 날은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아들 백구를 불렀으나 백구가 포획틀을 보고 달아나면서 구조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튿날에는 백구 부자를 구하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이후 케어 협력병원 응급실에 데려간 아빠 백구의 목 상태는 심각한 상태였다. 쇠줄이 목살을 너무 깊게 파고들어가 기도가 거의 드러날 정도였고 상처로 인해 염증과 고름이 사방에 퍼져 있었다. 수의사가 “이 상태로 살아 있다는 게 기적”이라고 할 정도였다. 다행히 아들 백구가 매일 아빠의 상처를 핥아준 덕에 감염이 많이 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케어 측은 아빠 백구에게 ‘똘이’, 아들 백구에게 ‘양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백구 부자를 본격 치료할 계획이다. 똘이는 영양 공급과 염증을 집중치료한 뒤 올가미로 찢긴 목 피부 봉합수술을 받게 된다. 양돌이도 아빠 똘이를 위해 올가미를 물어뜯고 피고름을 핥아내느라 입안이 찢기고 헐어 있는 상태다.

케어 임영기 사무국장은 “개를 식용으로 여기고 올가미로 잡으려 한 것은 범죄행위다. 황금 개의 해를 맞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똘이, 양돌이 부자 사연을 접하고 나니 참으로 짠했다. 현장에 가서 직접 보니 구조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더 들었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