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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국GM] 협력사까지 줄도산 공포.."또 군산이 희생양" 시민들 분노

[현장르포] 'GM공장 폐쇄' 후폭풍
군산조선소 폐쇄까지 겹쳐 상권 줄며 이미 '유령도시'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데 정부는 대책하나 못내놔"
전북도, 현장지원단 구성..피해 최소화 방안찾기 나서
GM공장 있는 부평.창원은 군산사태 불똥 튈라 '긴장'

[기로에 선 한국GM] 협력사까지 줄도산 공포.."또 군산이 희생양" 시민들 분노
20일 오전 한국GM 공장폐쇄 결정으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전북 군산시내에 공장폐쇄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군산.전주·창원·인천=이승석 오성택 한갑수 기자】 "군산 지역은 이미 유령도시나 다름없습니다. 정부와 전북도, 군산시, 지역 정치권이 대체 제대로 하는 게 뭔가요. 군산조선소가 폐쇄된 지 반년이 넘도록 뚜렷한 대책 하나 내놓지 못하더니 이번에도 뒷북입니다. 아무리 무능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지난 19일 한국GM 군산공장 인근에서 한 상인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취재기자를 잡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채 정부 등을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냈다. 이 상인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가뜩이나 지역경제도 엉망인데, 왜 번번이 우리 지역(군산)만 희생양으로 삼는지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GM이 지난 13일 군산공장을 5월에 폐쇄한다고 밝힌 지 1주일이 지나면서 군산 지역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지며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현재 공장 가동이 멈춰 당장 군산공장 직원 2000여명이 실직 위기에 내몰렸고, 협력업체들도 줄도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생산대수를 80% 넘게 줄인 탓에 군산공장 인근 상권은 서서히 말라가고 있다. 충격에 빠진 지역민들에게선 분노마저 느껴졌다.

군산공장 인근 협력업체 관계자는 "작년부터 사실상 군산공장 가동이 멈췄다. 이 때문에 영업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었다"며 "이미 직원 상당수가 회사를 떠나 폐업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도 "대부분이 매출 감소를 겪고 있고, 부채는 갈수록 늘어가는 악성 구조가 굳어졌다"며 "우리 같은 업체는 버틸 힘이 없다"고 했다.

2차 협력업체 한 직원은 "(군산공장 폐쇄 발표 직후)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선 미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장 폐쇄'에 전북경제 휘청

전북도에 따르면 GM 군산공장은 정직원 1849명, 사내 195명을 비롯해 1.2차 협력업체(136곳) 종사자만 1만700여명에 달하는 등 가족까지 포함하면 5만명에 육박할 만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들 효자산업은 군산 수출의 42.7%를 차지할 정도였다. 대규모 사업장이 거의 없는 전북, 그것도 군산에서 GM 군산공장의 비중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지난 1997년 군산 오식도동에 국내에 세워진 마지막 자동차 생산공장인 한국GM 군산공장(당시 대우자동차)은 2011년 승용차 26만8670대 생산을 정점으로 생산량이 87%(23만4688대)나 줄었다. 차종도 준중형 세단인 '크루즈'와 다목적차량(MPV) '올란도' 등 단 2개로, 공장가동률이 20%를 밑돌고 있었다.

이런 상항에서 GM은 자구 노력의 하나로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해 군산은 물론 전북지역, 대한민국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설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막상 폐쇄가 현실화 조짐을 보이자 실낱같은 희망으로 버티던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특히 군산공장은 군산 경제 제조업 생산의 6.8%, 수출의 20%를 좌우하고 있다. 가뜩이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까지 지난해 7월 가동을 중단하면서 지역경제 황폐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인천 부평·경남 창원 초긴장

한국GM의 생산기지는 군산공장을 비롯해 인천 부평공장과 경남 창원공장 등 3곳(부품생산 보령공장 제외)이다. 부평공장이 가장 규모가 크다. 이들 공장 전체 고용인원은 직접고용 1만5600여명에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하면 30만명이 넘는다. 한국GM의 작년 판매량은 52만4547대로 2016년보다 12.2% 감소했다. 최근 4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약 3조원이다. 게다가 이달 말 안에 정부 지원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한국 시장에서 전면 철수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압박하고 있다.

이에 한국GM 생산공장이 위치한 자치단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한국GM의 가장 큰 사업장인 부평공장이 있는 인천지역은 한국GM 본사, 기술연구소, 디자인센터가 있다. 1만1000여명이 근무하고, 협력업체 315개를 포함하면 8만여명이 종사할 정도로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여파는 클 수밖에 없다.

경남도도 설 연휴 이후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행정부지사)이 주재한 간부회의를 통해 창원공장과 협력업체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한 권한대행은 "한국GM 창원공장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정부, 채권은행단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창원공장은 스파크와 라보, 다마스 등 경차만 생산하기 때문에 국내 다른 공장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근로자들과 협력업체들의 체감경기는 살얼음판이다. 실제로 올 들어 창원공장 가동률은 전년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창원공장 한 협력업체 대표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기존 물량이 줄어들지는 않았다"며 "하루아침에 물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서서히 줄어들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전북도, 현장지원단 꾸려

전북도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과 관련, 정무부지사를 단장으로 한 현장지원단을 꾸렸다.
도와 6개 시.군, 유관기관 등 1단장.1책임관.4개팀 35명으로 구성된 지원단은 19일 군산시를 비롯한 관련기관 등과 위기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도는 정부와 긴밀한 협력.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도(군산시) 차원에서 군산공장 정상화와 협력업체, 노조 등의 애로사항 청취와 피해 최소화방안 등 역할 분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는 23일 군산공장 노조.협력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20∼21일에는 최정호 정무부지사가 산업부.고용부 차관 등을 면담하는 한편 21∼22일에는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낙연 국무총리를 잇달아 만날 예정이다.

2press@fnnews.com 이승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