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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의 핀치히터] 이상화의 은메달이 더욱 값진 이유

[성일만의 핀치히터] 이상화의 은메달이 더욱 값진 이유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상화가 20일 강원도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오준(38·삼성)은 두 가지 한국 프로야구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 팀에서 가장 오래 활약한 기록과 팔꿈치 수술 횟수다. 권오준은 1999년 선린상고를 졸업한 후 삼성에 입단했다. 지난해까지 내리 19년을 한 팀에만 있었다.

권오준은 작년 11월 삼성과 2년 6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권오준은 2019시즌까지 삼성 소속 선수로 활약할 수 있게 됐다. 장장 21년이다. 현재까지 단 한 명, 송진우(1989~2009)만 21년간 한 팀(한화)에서 뛰었다.

권오준의 야구 이력에는 또 하나 진기록이 있다. 권오준은 세 차례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이론상 더는 불가능하다. 조정훈(롯데)과 함께 이 부문 공동 기록 보유자다. 앞으로 이 수술을 받게 될 선수는 더 늘어나겠지만 수술 횟수는 권오준을 뛰어넘지 못한다.

흔히 타미 존(Tommy John) 수술로 알려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은 이전보다 이후에 더 힘든 과정을 요구한다. 망가진 팔꿈치 인대를 신체의 다른 부위 힘줄로 대체하고 나면 오히려 전보다 더 강하게 공을 던질 수 있다.

열매는 달지 모르지만 과정은 험난하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까지 뼈를 깎는 재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부단한 노력과 신앙에 가까운 자기 확신이 요구된다. 많은 선수들이 재활 과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했다. 공을 만지기 전 최상의 몸을 만들어야 하고, 공을 던지기 시작하면 팔꿈치 통증에 따른 육체적 고통과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권오준은 그 과정을 세 번이나 치러냈다. 권오준은 2013년 마지막 수술을 받았다.

평창동계올림픽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쇼트트랙 남자 1500m 임효준(22)은 7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다. 정강이뼈 골절, 인대 파열, 발목 골절, 허리 염좌 등등 그를 괴롭힌 병명은 숱하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허리 부상으로 대회 출전에 빨간 불이 켜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일 남자 1500m서 2분10초485로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물했다. 임효준은 "그동안 몇 번이나 운동을 그만두려 했다. 그 때마다 평창이라는 목표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고 고백했다.

이상화(29)는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너무나 수고했고, 길고 긴 여정도 잘 참아냈다"며 스스로에게 위로를 보냈다.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서 은메달을 딴 다음 날이었다. 이상화는 경기 직후 눈물을 흘렸다.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일본)에게 패한 억울함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상화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려 왔다.
짧은 순간에 폭발적인 파워를 내야하는 단거리 선수에겐 치명적인 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한국에서 열리는 자신의 세번째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잘 참아냈다.

texan50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