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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스포트라이트, 문재인 케어 허와 실] 과잉진료·이용 막아야 성공.. 인센티브·페널티 제도 필요

<5.끝> 과잉진료 방지 대책 필요
비급여 부추기는 병원 많아 의료 소비자 불신 커져..환자의 의식개선도 중요

[fn 스포트라이트, 문재인 케어 허와 실] 과잉진료·이용 막아야 성공.. 인센티브·페널티 제도 필요

[fn 스포트라이트, 문재인 케어 허와 실] 과잉진료·이용 막아야 성공.. 인센티브·페널티 제도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직접 발표했다. 2022년까지 약 30조원을 들여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로, 미용·성형시술 등을 제외하면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인 병원의 과잉진료를 해결하지 못하면 문재인 케어가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잉진료로 소비자 불신… 환불금만 19억원

주부 A씨는 감기가 낫지 않아 동네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독감 검사를 한 뒤 주사를 맞고 나니 진료비 17만원이 청구됐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수액을 맞은 상태였다. A씨는 사전설명도 듣지 못한 채 과잉치료에 당한 것 같아 씁쓸했지만 돈을 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A씨 같은 일을 겪었다고 호소하는 사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A씨처럼 본인이나 아픈 자녀를 데리고 동네 병원을 찾았더니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불필요한 검사를 한다거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권유해 과도한 진료비가 청구됐다는 것이다.

병원의 과잉진료 문제로 의사들에 대한 소비자들 불신이 커지고 있다.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심평원에 본인이 지불한 진료비가 적정한지를 묻는 진료비 확인 접수는 2만1283건이다. 자신이 지불한 진료비에 의구심이 많다는 것이다. 이 중 실제 환불된 경우도 7247건, 금액으로 따지면 19억5900만원에 달한다.

정유석 단국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4월 의료윤리연구회가 주최한 강연에서 "(과잉진료 문제는) 의료인으로 인한 요인은 물론, 의료제도와 환경을 비롯해 환자로 인한 요인까지 다 함께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이유로 △검사.치료가 더해질 때마다 이익이 커지는 행위별수가제 △과잉 진단.치료의 경제적.윤리적 부담 등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비전문가적 태도 △더 많은 검사와 약물 사용이 더 좋은 진료라고 믿는 환자와 보호자의 믿음 등을 꼽았다.

■과잉진료 방지 방안은

의료 관계자들은 문재인 케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잉진료 증가를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방법 면에서는 견해차가 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등 기준 비급여가 우선 예비급여로 편입되는데 문제는 이용량에 대한 통제가 없다는 점"이라며 "특히 MRI, 초음파 등의 이용량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벌써 시장도 반응하는 분위기여서 이용량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과잉진료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MRI, 초음파의 경우 이용량이 늘어나겠지만 당장 이를 규제하기보다는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되면 가격통제를 받으면서 실제 진료나 검사에 따른 병원 이윤이 줄어드는 만큼 병원 입장에서는 굳이 과잉진료를 해야 할 이유가 줄어든다"며 "MRI와 초음파는 확실히 이용량이 많아지는 반면 다른 부문은 오히려 공급자에 의해 이용량이 줄어들 수 있어 일단 자율에 맡겨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 병원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과잉진료를 하는 병원은 진료비를 삭감하는 제도를 도입할 경우 어느 정도 과잉진료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도 문제가 심각하면 MRI를 서너번 찍을 경우 본인 부담률을 높이는 방안 등을 도입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비급여의 급여화가 시행되면 의료 소비자들 부담이 줄어 MRI, 초음파 이용량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항목별로 지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심사할 계획"이라며 "의료기관도 가급적 과잉진료를 자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소비자들도 아프다고 무조건 자주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도록 홍보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국민 1명당 외래진료 횟수가 연평균 16회로 세계 1위다. 병원을 자주 찾는 우리나라 환자들은 검사를 자주 하고 처방받는 약이 많을수록 좋다는 잘못된 믿음이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원인이어서 환자들의 의식개선도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