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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북특사, 비핵화로 갈 징검다리 놓길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대북특사 파견을 공식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김여정 특사 방남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대북특사를 조만간 파견할 계획"이라고 통보하면서다. 북핵으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는 대화로 푸는 게 바람직함은 자명하다. 우리는 대북특사가 단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메신저 역할을 넘어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 진정한 한반도 평화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바란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끝나자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한반도 안정을 좌우할 키워드로 재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 포기에 불응할 경우 군사적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북한과 시리아 간 화학무기 제조 물자 거래설은 미국 조야의 강경 분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를 인용해 이를 보도하면서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미.북 대화를 주선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그런 맥락에서 특사 파견을 북한의 한.미 이간전술에 말려든다는, 부정적 시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미.북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누차 표명한 건 사실이다. 과거처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강경 방침이다. 그러나 북한이 적어도 남북 간 공식 회담을 하는 도중에는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자제할 게 아닌가. 두 사안 모두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위한 필수 관문이다.

대북특사는 3공 때인 1972년과 김대중정부 시절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나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 임동원 청와대 특보처럼 남북관계를 푸는 밀사 성격을 띤 경우가 많았다. 참여정부에서도 2007년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만복 국정원장이 특사로 방북했었다. 하지만 이번 특사는 때가 때인 만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남북 정상회담은 그 이후라도 늦진 않다.
만일 문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만나서도 북핵 폐기에 진전이 없으면 한.미 갈등은 차치하고 우리 내부에서 그런 회담을 왜 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게 뻔하다.

비핵화에 대해 한.미 양국이 확고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핵.미사일을 양손에 든 '위장 평화' 공세는 더는 통하지 않을 것임을 북측에 주지시킬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