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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주열 총재 연임, 잘한 결정이다

文대통령 "한은 중립성 보장".. 긴축과 가계빚 숙제 풀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66)를 연임시키기로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일 "이 총재의 연임은 한국은행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4년 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했다. 과거 정권과 단절 의지가 강한 문 대통령이지만 중앙은행 총재만은 예외로 다뤘다. 반가운 일이다. 문 대통령의 실용주의가 돋보인다. 이 총재의 2차 임기(2018~2022년)는 문재인정부와 같이 끝난다.

이 총재는 정통 한은맨이다. 통상 한은맨은 물가를 중시하는 매파 성향을 띤다. 기준금리도 깐깐하게 관리하는 편이다. 하지만 1차 임기 중 이 총재는 되레 비둘기파로 분류하는 게 맞다. 4년 전 취임할 때 기준금리는 2.5%였다. 지금은 1.5%로 떨어졌다. 2016년 6월엔 1.2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앙은행과 달리 정부는 늘 저금리를 선호한다. 성장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진보든 보수든 다를 바 없다. 그 점에서 문 대통령은 굳이 이 총재를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듯하다. 게다가 한은 총재 후보는 국회 청문회를 거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누가 되든 새 인물은 부담이다.

한은 총재 연임은 40여년 만에 처음이다. 1차 4년 임기 보장은 오래전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연임만큼은 쉽지 않았다.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새 전통을 세운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주요 선진국을 보면 중앙은행 수장 연임은 예외가 아니라 관행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가운데 윌리엄 마틴 2세(1951~1970년)와 앨런 그린스펀(1987~ 2006년)은 19년 동안 한자리를 지켰다. 마틴 2세는 트루먼부터 닉슨까지 대통령 다섯명이 바뀌었고, 그린스펀은 레이건부터 부시(아들)까지 대통령 네 명이 바뀌었다. 심지어 중국도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이 16년째 재임 중이다. 왜 이렇게 할까. 중앙은행과 정치를 분리하는 게 경제에 좋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다시 중책을 맡았다.
저금리는 성장을 도왔지만 1450조원대 가계빚 유산을 남겼다. 세계경제는 천천히 그러나 뚜렷하게 긴축으로 방향을 트는 중이다. 이 총재가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