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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눈치보는 대기업, 단기채 찍는다

금리 변동성 커지자 1∼2년짜리 채권발행 늘어
美 금리인상 속도전에 회사채 시장 급격히 위축

금리 눈치보는 대기업, 단기채 찍는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단기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확대하고 있다. 금리 인상 움직임에 우량한 기업들도 금리 눈치보기에 돌입한 것이다. 통상 조선, 항공, 건설사 등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이 원활치 않아 단기채 시장을 주로 찾았다. 그러나 본격적인 금리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우량기업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금리 변동성 때문에 단기채 발행을 늘리는 분위기다. 단기채는 대체로 상환기간이 1~2년 이하의 채권을 말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SK의 계열사들이 기업어음(CP) 발행에 나서고 있다. SK그룹 지주사인 SK는 올 들어서만 3900억원의 CP를 찍었다. 또 SK케미칼과 SK매직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CP 발행을 개시했다. SK매직은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총 310억원, SK케미칼은 이달 200억원 규모의 CP를 찍었다.

LG생활건강도 연초부터 이날까지 11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이 중 400억원어치의 만기는 1년으로 늘려잡았다. 이외 삼성물산, SK네트웍스, 롯데쇼핑, 현대오일뱅크 등 대기업 계열사들은 공모 회사채 발행보다 CP 발행을 늘려가고 있다. 채권금리 변동성에 대기업조차 공모채 시장보다 단기채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며 채권금리가 급등했고,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전에 국내 채권금리의 추가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오는 21~22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활발하던 회사채 발행시장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4월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발행확정 건수는 아직 두 건에 불과하다. 이는 연초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1~3월 공모 회사채 시장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38곳에 이른다. BBB급 이하의 회사채는 아예 모습을 감췄다.

채권 전문가들은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3%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중반 이후 금리 급등으로 금리 레벨이 높아졌지만 펀더멘털(성장률+물가) 개선을 고려할 때 추가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미국채 10년물이 3%대 초반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3% 내외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7%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