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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李 전 대통령 "참담"…국민도 참담하다

진실 규명에 협조 다하길..정치보복 인상 줘선 안 돼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14일 서울중앙지검에 나가 조사를 받았다.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검찰에 불려간 것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에 이어 다섯번째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직권남용.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헌정사의 불행을 지켜보는 국민들도 참담하다.

여야 반응은 하늘과 땅 차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이라는 허무맹랑한 나홀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사과와 해명이 없는 몰염치한 행동에 국민이 분노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복수의 일념으로 전전 대통령의 오래된 개인비리 혐의를 집요하게 들춰내 꼭 포토라인에 세워야만 했느냐"고 비판했다. 이제 진실을 파헤치는 것은 사법부의 몫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국가원수답게 숨김 없이 수사에 협조하기 바란다.

시계를 9년 전으로 돌려보자. 지난 2009년 4월 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나왔다.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는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 중이었다. 중수부는 노 전 대통령 측이 박씨 돈을 받았는지 캐물었다. 이미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던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을 구속한 뒤였다. 또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도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서거(5월 23일)라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그 여파로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직했다.

이번엔 서울중앙지검과 문무일 검찰총장이다. 이미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을 샅샅이 뒤졌다. 형, 아들, 조카, 사위도 조사를 받았고 '집사'인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은 구속기소됐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신중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면서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자칫 사건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국 전직 대통령들이 부럽다.
지난해 클린턴.부시(아들).오바마 전 대통령은 정파를 떠나 골프대회(프레지던츠컵)에 나란히 나와 선수들을 격려했다. 클린턴이 한때 정적이던 연로한 부시(아버지) 전 대통령을 찾아 안부를 묻고 양말을 선물하는 사진도 감동을 줬다. 헌정사의 불행이 되풀이되는 우리에겐 꿈만 같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