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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일자리 창출, SK·한화에서 배워라

최태원 SK 회장이 3년간 80조원을 투자해 2만8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4일 김동연 부총리가 참석한 현장소통 간담회에서다. 일자리 정부를 강조하는 현 정부와 코드 맞추기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분야를 살펴보면 납득할 만하다. 반도체, 에너지산업, 자율주행차 등 혁신성장에 꼭 필요한 업종이다.

이날 최 회장은 김 부총리에게 사회적기업 '모어댄'이 만든 백팩을 선물했다. 폐차에서 뜯어낸 가죽, 안전벨트 등을 재활용해 만든 가방이다. 모어댄은 SK이노베이션이 자금 일부를 대고 마케팅도 지원해 2년 만에 매출 2억원을 넘기며 안착했다. 기업이 스스로 만들어낸 생태계다.

SK의 일자리 실험은 단순지원을 넘어 공유경제 키우기로 나아갔다. 계열사 주유소망을 활용할 방안을 찾는 중이다. 아이디어만 좋다면 주유소망을 활용하는 착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미 SK그룹은 모든 부서의 칸막이를 단숨에 없앴다. 직원들에게 공유경제라는 DNA를 심겠다는 의지다.

한화그룹도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일자리 공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열사 한화생명이 세운 '드림플러스 63 한화생명 핀테크 센터'가 대표적이다.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핀테크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한화그룹은 핀테크 스타트업을 키워 계열사 사업과 접목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이미 계열사들은 수혜를 보는 단계다. 한화손해보험은 스타트업 '센스톤'과 보안인증솔루션 계약을 했다. '콰라'는 한화자산운용에 머신러닝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했다. 계열사가 가진 해외망을 통해 베트남 현지은행과 일본 업체까지도 판로를 마련했다. 효과가 커지면 다른 혁신스타트업을 지원해 상생하는 모델을 계속 만들 수 있다.

김 부총리는 "일자리를 만드는 건 결국 시장과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잘돼야 자연스레 일자리가 생긴다는 얘기다. 그런데 현 정부는 거꾸로 된 정책만 편다. 최저임금을 16.4% 올리고, 근로시간 단축까지 추진해 기업 부담만 키웠다. 그 대신 재정으로 일자리 늘리기에만 목을 맨다. 추경을 투입해도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
청년일자리를 늘리는 데도 돈 쓰는 방법을 택했다. 이런 일자리는 성공해도 오래갈 수 없다. 일자리를 기업에 맡기자. 기업이 마음껏 뛰면 일자리는 저절로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