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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닻올린 부산항 혁신.. 결실 기대한다

스마트 항만은 가야 할 길 첨단 배후단지부터 갖춰야

부산항이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한 스마트 항만으로 환골탈태를 선언했다. 16일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한 부산항 미래비전 선포식이 그 무대였다. 오랜 비원이던 동북아 물류 중심항으로 항해하기 위해 닻을 올린 셈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스마트 물류기술 혁신항 조성, 부산 신항의 물류 허브화, 시민을 위한 북항 통합개발 등 몇 가지 세부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세계적인 해양산업 요람으로 키우겠다는 의욕만큼 손에 잡히는 로드맵이 안 보여서다.

사실 부산항을 동북아의 허브항으로 키우려는 구상 자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이래 숙원이었다. 하지만 늘 장밋빛 계획은 화려했으나 이웃 나라의 경쟁항들을 따돌릴 각론은 부재했다. 급증하는 중국발 물동량 선점을 위한 항만시설 확충 경쟁에서 상하이항에 밀린 게 그 방증이다. 지난해 부산항이 컨테이너 물동량 2000만TEU를 달성했다고 하나 그사이에 상하이항은 4000만TEU를 넘어섰다. 신항 컨테이너 부두를 2022년까지 29선석 2400만TEU, 2030년까지 40선석 3000만TEU 규모로 단계적으로 확충한다고 하나, 어차피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부산항의 장단점과 기회.위협 요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약해야 한다. 세계적 조선.해운 강국인 한국의 위상과 아직은 낮은 하역료 등이 부산항의 큰 강점이다. 동북아 간선항로와 '철의 실크로드'(유라시아대륙 횡단철도)가 만나는 천혜의 지경학적 위치도 엄청난 기회요인이다. 싱가포르항과 상하이항 등 경쟁항을 이기려면 이런 비교우위를 잘 살려야 한다. 일단 물동량 경쟁에만 치우치지 않고 물류터미널 자동화 등 스마트항만 구축에 방점을 찍은 건 잘한 일이다.

그러나 이는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일 순 없다.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 등 세계적 허브항들의 첨단 배후단지를 주목할 때다. 상하이항도 1990년대부터 인근에 수백만평에 이르는 자유무역지대를 운영하는 등 줄곧 배후공단을 키워왔다.
부산항도 배후단지 면적을 2030년까지 현재보다 427만㎡ 더 늘린다지만 화물창고 증설 수준이어선 곤란하다. 대륙철도 연결 등 미래도 내다봐야겠지만, 각종 규제를 확 풀어 스타트업이나 연구개발 중심 기업이 입주하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부산항이 물류혁신 중심 신항과 신(新)해양산업 중심 북항이라는 두 날개로 비상하겠다는 다짐이 알맹이 있는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