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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사회안전망 넓히라는 OECD의 권고

실업자 돕는 근본해법.. 정부는 땜질처방 치중

한국 노동자의 고단한 삶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비교를 통해 확인됐다. 최근 OECD는 '사람과 일자리의 연계:한국의 더 나은 사회와 고용보장을 향하여'라는 보고서를 냈다. 전체 한국 노동자 중 저임 노동자 비율은 23.7%로 미국과 아일랜드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회원국 평균(16.63%)을 훌쩍 웃돈다. 소득 10분위 배율은 4.79배로 미국.이스라엘에 이어 역시 세번째다. OECD 평균은 3.41배다. 10분위 배율은 숫자가 높을수록 소득격차가 크다. 한국 노동자의 평균 재직기간은 5.82년으로 가장 짧았다. OECD 평균은 9.27년이다. 일자리가 그만큼 불안정하단 얘기다.

놀랄 일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노동시장은 늘 그래왔다. 해법은 진작에 나와 있다. 먼저 사회안전망을 더 넓게 깔아야 한다. 더불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 이중구조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맞선 상황을 말한다. OECD도 같은 권고를 내놨다. 관건은 실천이다.

사회안전망의 뼈대는 실업급여다. 일자리를 잃어도 일정 기간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OECD는 한국 민간부문 노동자의 절반가량만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다고 말했다. 사각지대가 너무 크다. 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실업급여를 더 많이, 더 오래 주려고 노력 중이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실업급여는 종래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높아진다. 또 지급기간도 최대 240일에서 270일로 늘어난다. 그러나 60%이든 270일이든 비가입자에겐 그림의 떡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부작용을 줄이는 데 세금 3조원을 배정했다. 이어 청년실업 대책용 재원으로 4조원짜리 추가경정예산을 짤 계획이다. 이게 올바른 방향일까. 사회안전망을 넓히라는 OECD 권고가 근본 해법이라면 정부 대책은 땜질 처방일 뿐이다.


노동시장 개혁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양보에서 출발한다. 대기업.정규직이 많이 가져갈수록 중기.비정규직 몫은 쪼그라든다. 하지만 정부는 노동개혁이란 말조차 꺼내길 꺼린다. 이래서야 어떻게 대다수 한국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바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