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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개헌 발의는 국회가 나서는 게 맞다

청와대 26일 발의 예정.. 시기보다 내용이 중요

청와대.여당과 야권 간 개헌 대치가 큰 변곡점을 만났다. 청와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의 요청에 따라 당초 21일까지 발의하려던 복안은 일단 접은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헌법이 정한 국회 심의기간 60일을 보장해달라는 당의 요청을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투표를 하겠다는 목표 자체는 불변이란 얘기다. 우리는 여야가 개헌 일정과 관련한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형식 논리보다 다수 국민이 환영할 수 있는 개헌안을 성안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절차적 차원에서도 정세균 국회의장이 제기한 국회 개헌주도론이 기본적으로 옳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과 국회가 모두 개헌 발의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개헌이 이뤄지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지만, 현재 의석분포론 불가능하다. 독자 비토권을 쥔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여권 개헌안에 반대하는데다 범진보그룹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조차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어서다. 여권이 굳이 개헌 무산의 책임을 야권에 지우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청와대 안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마침 야당들도 여당 출신 정 의장의 개헌 시기에 대한 절충안을 수용할 기미다. 야권은 향후 일주일간 개헌안 합의에 성의를 보이고 청와대도 26일 시한에 집착하지 말기 바란다. 정 의장이 언급한 대로 개헌안에 대한 합의부터 빨리 이루고 그것을 가지고 시기를 조절하는 게 정도다.

우리 헌법은 개정 절차가 법률보다 어렵게 돼있는, 소위 경성헌법이다. 이에 대한 호불호는 별개로 치더라도 권력을 잡은 측이 당파적 시각에서 마음대로 헌법을 뜯어고치지 말라는 취지다. 그래서 이번 개헌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한 내용을 헌법 전문이나 조항에 다 담으려 해서는 곤란하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안에 포함된 토지공개념이나 공무원 노동3권 보장 등은 여야 간 충분한 토론이 필요한 사안으로, 지방선거와 동시에 투표 일정에 맞춰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 개헌에서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하는 데 집중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는 청와대가 발의하려는 대로 그저 대통령제 4년 연임제로 바꾸는 것으론 불가능하다.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할 것인가, 혹은 대통령이 임명할 것인가 등 여야 간 평행선 공방이 길게 이어진다면 부질없는 일이다. 대통령 권력의 본질인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을 분산하는 데 초점을 맞춰 여야가 합의안 도출에 주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