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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도시재생 로드맵, 재원은 탄탄한가

국토부 5년·50조 계획 내놔.. 전국 투기바람도 경계하길

정부가 27일 도시재생 로드맵을 내놨다. 5년간 전국 500군데에서 도시재생을 돕는다는 내용이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250곳에는 청년 스타트업 등이 모이는 혁신공간이 들어선다. 국토교통부가 짠 로드맵은 전체적으로 문재인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 도시재생은 아예 판을 바꾸는 재개발과 다르다. 주민은 그대로 두고 생활환경만 개선한다. 마을 전체를 리모델링한다고 보면 된다. 혁신공간을 많이 두기로 한 것은 청년일자리 정책과 연관이 있다.

국토부는 젠트리피케이션 대책도 따로 세웠다. 잘한 일이다. 마을이 깔끔해지면 사람이 몰린다. 사람이 몰리면 원래 있던 영세상인들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밖으로 밀려난다. 이런 둥지 내몰림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한다. 국토부는 시세 80% 이하로 빌릴 수 있는 공공임대상가를 조성하고, 상생협의체도 가동하기로 했다. 서민을 위한 도시재생 사업이 되레 소상인을 내쫓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

도시재생은 문 대통령 공약이다. 그래서 국토부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시범사업지 68곳을 골랐다. 지자체들은 서로 명단에 끼려고 경쟁한다. 중앙정부가 이 사업에 큰돈을 풀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오는 2022년까지 5년간 재원을 총 50조원으로 잡았다. 재정, 곧 예산이 10조원, 주택도시기금이 25조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공기업이 15조원을 댄다. 이 대목에서 걱정이 든다. 억지로 돈을 마련하느라 무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택도시기금을 함부로 헐어쓰면 부작용이 따른다. 주택도시기금은 주택.도시계정 둘로 나뉜다. 주택계정은 국민주택채권이나 청약저축으로 조성한다. 당연히 주택계정이 주인이다. 국민주택이나 임대주택을 지을 때 바로 이 주택계정 돈을 쓴다. 더부살이 도시계정은 주택계정에서 돈을 빌려쓴다. '도시'가 재생사업에 돈을 많이 쓸수록 '주택'이 쪼그라드는 구조다. 나아가 빚더미 공기업들이 과연 15조원을 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거 예를 보면 공약사업엔 늘 무리가 따른다.
도시재생이라는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앞뒤 살펴가며 사업을 진행하기 바란다. 행여 전국 땅값이 들썩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역시 정부가 할 일이다. 중앙정부보다는 지자체에 더 큰 권한을 주는 것도 여러모로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