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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G2 통상마찰, 반도체 불똥만은 막아야

中 "미국산 수입 늘리겠다"
대체판로도 미리 마련해야

미국과 중국(G2) 간 무역전쟁의 불똥이 국내 반도체 산업에까지 튈 조짐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한국.대만산 반도체 수입을 줄이고 미국산을 더 쓰기로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자 시장이 출렁였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뉴욕증시에서 이날 2% 넘게 올랐다. 세계 1, 2위이자 국내 반도체 수출 '투톱'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27일 장중 약세를 보였다.

반도체 수입 다변화는 중국이 짜낸 고육책이다. 자국업체 피해 없이 미국의 통상압박을 조금이나마 풀겠다는 의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중국산 제품에 연간 총 500억달러(약 54조원)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다음날 중국 상무부도 30억달러(약 3조2400억원)에 이르는 미국산 철강.돈육 등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혜적 관계를 원한다"며 재보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산 반도체는 중국 전체 수입량의 4%에 불과하다. 미국이 추가 압박에 나서자 중국이 이번엔 미국산 반도체를 늘리겠다고 한 것이다. 중국으로선 잃을 게 없는 장사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000억달러에 육박한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7.4%에 이른다. 지난 2012년엔 9%에 불과했으나 수출량이 급증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05년 이후 줄곧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1위국이었다. 지난해 중국으로 간 국내산 반도체 비중은 약 40%다. 국내 코스피기업중에서 반도체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절대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192개사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영업이익의 40%를 넘게 차지한다.

당장 국내 업체가 타격을 입을 것 같진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두 업체가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품질이 좋아 가격협상력도 세다. 반도체를 사는 업체가 두 업체의 눈치를 봐야 한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산을 조금이라도 줄이면 위기는 커진다. 주력제품인 D램 제품은 미국 마이크론이 세계 3위로 한국 업체를 뒤쫓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이 중국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 수도 있단 얘기다.


한국은 최근 가까스로 미국의 철강 관세폭탄을 피했다. 하지만 앞으로 두 나라 간 무역전쟁이 국내산업에 대한 통상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안전한 대체 판로를 확보해두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