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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정위도 OK한 현대車 지배구조 개편

"스스로 바꿔라" 개혁 유도.. 소통 모범사례 더 나오길

현대자동차그룹이 28일 계열사끼리 물고 물리는 지배구조를 확 바꾸는 개편안을 내놨다. 계열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리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현대차그룹의 기업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형태의 순환출자고리가 4개나 된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오는 7월까지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3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23.3%를 직접 사들여 순환고리를 풀기로 했다. 매입비용만 4조원이 넘는다. 각자 계열사 지분을 팔아 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양도세만 1조원으로 추정된다.

현대차는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고 지분을 사들이는 정공법을 택했다. 지주사 방식은 세금 등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지배구조는 복잡해진다. 현대차는 순환출자 해소로 투명경영을 강조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기업가치도 올릴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받을 일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이례적으로 "현대차 기업집단이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대기업 중엔 순환출자형 지배구조를 갖춘 곳이 아직도 많다. 정부 규제 이후 급증했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각 그룹에 부채비율을 200% 밑으로 낮추도록 했다. 기업들은 유상증자로 부채비율을 낮췄다. 인수를 포기하는 실권주가 무더기로 나오자 계열사를 통해 이 주식을 사들였다. 그러다보니 물고 물리는 기업 지배구조를 짜게 됐다.

현대차가 '통 큰' 결단을 내린 건 기업지배구조개혁의 신호탄이다. 자발적 개혁이라는 점이 의미가 크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역할도 컸다. 김 위원장은 20여년간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재벌개혁을 외쳤던 인물이다. 지난해 김 위원장이 취임하자 기업들은 좌불안석이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직접 칼을 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6월 4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선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11월 5대 그룹 CEO를 만나서는 "변화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방향만 제시하고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말이다. 지난 연말엔 "팔을 비틀어 하는 개혁은 시간이 지나면 실패하는 길로 들어선다"고 말했다. 그 대신 기업들엔 속도를 내달라는 신호만 보냈다. 2월엔 지배구조 개편 중인 기업들의 모범사례만 발표하며 기업들을 압박했다. 일부 기업들의 조직개편 사례는 제외했다.
구색 맞추기라며 눈치를 준 것이다. 이젠 현대차가 응답했다. 앞으로도 기업과 소통하는 개혁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