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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일자리 쪼그라든 금융, 이대로 놔둘 텐가

작년 임직원.점포 푹 줄어.. 금융을 '산업'으로 육성하길

지난해 은행원이 푹 줄었다. 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작년 말 은행 임직원 수는 총 11만1173명으로 전년에 비해 3600명 넘게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5200명이 감소한 뒤 가장 많은 숫자다. 영업점포도 1년 새 310곳이 문을 닫았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9년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

인원 감축은 5개 큰 은행들이 주도했다.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에서 모두 4840명이 줄었다. 5개 은행을 뺀 다른 은행에선 그나마 인원이 늘었다는 뜻이다. 예컨대 지난해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360명을 채용했다.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에선 256명이 근무한다. 두 인터넷은행에서 600명 넘는 일자리가 생겼다.

금융은 청년들이 좋아하는 일류 일자리다. 연봉도 많고 복지후생도 넉넉하다. 좋은 일자리가 쪼그라드는 걸 금융당국이 그냥 놔둬선 안 된다. 인터넷은행과 같은 혁신 금융사가 시중은행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를 모두 대체할 수는 없다. 무점포영업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이뱅크.카카오뱅크 사례에서 보듯 혁신금융은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불행히도 문재인정부에서 금융 '혁신'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을 산업이 아니라 규제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족쇄를 느슨하게 풀어주자는 논의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현재 카카오.케이뱅크는 수요에 비해 자본이 달린다. 그 돌파구가 증자다. 그러나 그때마다 은산분리가 길을 막는다. 카카오.KT 같은 산업자본이 가질 수 있는 은행 지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를 다루는 금융당국의 자세도 수동적이다. 국내에서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한 게 좋은 예다. 국내 블록체인 업체들은 해외에서 ICO를 진행하는 불편을 겪는다.

찍어누를수록 한국 금융업은 왜소해진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때 6%대에서 4%대로 떨어졌다. 전산업 취업자에서 금융권 종사자 비중도 3%대 중반에서 3%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이런 마당에 은행.증권.보험사들은 앞다퉈 영업점을 정리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2016년에 130개 넘던 점포를 지난해 말 44개로 줄였다.

금융을 일자리 창출 '산업'으로 보지 않는 한 이런 추세를 되돌리긴 힘들다. 정부는 청년실업을 줄이려 잇따라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재정을 투입하는 무리수도 뒀다. 금융정책에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금융에서 일자리를 만들 땐 예산이 1원도 들지 않는다. 규제만 풀면 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김기식 금감원장 콤비의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