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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인터넷銀 1년, 은산분리 족쇄는 여전

케이뱅크 메기효과 톡톡.. 경쟁 없인 금융혁신 없어

대한민국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소비자들은 비대면 서비스 등 인터넷은행의 편리함과 낮은 대출금리에 뜨겁게 반응했다.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케이뱅크 심성훈 행장은 3일 1주년 설명회에서 3월 말 기준 고객수 71만명에 수신 1조3000억원, 여신은 1조원을 넘었다고 말했다. 작년 7월 문을 연 카카오뱅크는 더 빨리 성장해 6개월 만인 올 1월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했고 수신은 5조1900억원, 여신은 4조7600억원이다.

메기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담보대출 위주의 전당포 영업에 안주하던 은행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예금 이자는 더 주고 대출이자는 적게 받는다. 수수료를 잇따라 내리고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문턱을 낮췄다. 주말과 휴일 상관없이 영업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올해 카카오뱅크가 전월세 대출 상품을 내놓자 전월세 대출 금리도 따라 내렸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은행 역시 저신용자 중금리 대출보다 고신용자 저금리 대출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이 금리를 잇따라 낮추면서 대출 금리도 비슷해졌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상품개발보다는 기존 은행권의 모습을 답습했다는 얘기다. 물론 사업 초기 한계도 있지만 이런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에는 은산분리 족쇄가 한몫한다. 당초 인터넷은행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을 10%에서 34∼50% 늘리는 것을 전제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게 무산되면서 돈줄이 막혔다. 국제기준 재무건전성 맞추기에도 급하다. 케이뱅크는 작년 1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1500억원 증자에 나선다. 카카오뱅크는 2차례에 걸쳐 5000억원씩 자본금을 늘렸다. 인터넷은행을 이끄는 카카오와 KT는 돈을 더 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심 행장은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증자를 진행하다 보니 어려움을 겪는다.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은 테두리 내에서 공간을 열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년 탄생했어야 할 3호 인터넷은행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케케묵은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금융권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려면 제3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허언이 됐다. 인터넷은행이 출범 1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