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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막가는 미·중 무역전쟁, 등 터지는 한국

對中 중간재 수출 피해 예상.. EU까지 철강 세이프 가드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일(현지시간) 25%의 추가관세를 물릴 중국산 수입품 1300개 명단을 발표했다. 해당 품목의 연간 수입액은 500억달러 정도다. 중국도 즉각 맞받아쳤다. 중국 상무부는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조만간 미국산 상품에 동등한 강도와 규모로 대등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복조치 대상은 미국산 콩과 자동차, 항공기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USTR의 조치는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고율관세 부과에 이어 나온 미국의 대중국 관세폭탄 2탄이다. 제재 대상인 1300개 품목은 산업용 로봇, 우주항공 부품, 화학제품, 의료기기 등으로 첨단 제조업 분야의 기술 부품이 대부분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5년에 내놓은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에 포함된 품목들이다. 그래서 미국이 이번에 시 주석의 '제조굴기' 전략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번 조치가 무역적자 해소에 그치지 않고 중국이 동북아에서 새로운 패권국가로 부상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더 큰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재 3700억달러인 대중 무역적자를 1000억달러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미.중 간 무역전쟁은 장기전으로 갈 공산이 크다. 그 불똥이 한국으로 튈 수밖에 없다. USTR의 이번 조치가 실행되면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에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중국이 한국산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 중간재 수출액은 3172억달러( 2016년 기준)이며 이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9%(920억달러)나 된다.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엉뚱한 방향으로 튈 수도 있다. 유럽연합(EU)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가 그런 경우다. EU는 최근 한국산 수입 철강제품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 수입을 줄이면 그 물량이 EU로 몰릴 것을 우려한 대응조치다. 우리나라의 철강 대EU 수출액은 지난해 29억4000만달러로 대미 수출액(27억9000만달러)보다 많다.

세계 1, 2위 경제국인 미.중 간의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중장기 측면에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더 근본적인 대책은 내수산업을 키워 경제의 무역의존도 자체를 낮추는 것이다. 당장 격화되는 무역전쟁에서 한국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통상분야 전문인력을 키우는 것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