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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관료 출신 경총 부회장, 재계 잘 대변할까

눈치보기에 급급하지 말고 노사 불균형 우려 씻어내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6일 상임부회장에 옛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출신 송영중 한국산업기술대 석좌교수를 선임했다. 경총은 "송 신임 부회장이 노사 문제에 경륜과 식견이 풍부하고 고용, 복지 문제에도 밝은 적임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에는 그가 노사 문제에서 경영계 목소리를 대변하기보다는 노동계 쪽으로 기울거나 친노동 정부에 보조를 맞추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경총은 노동계를 대상으로 사용자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다. 지난해 정권교체 이후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친노동 성향의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둘러싸고 경영계는 노동계.정부와 대립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정부부처 내에서 근로자 보호와 권익 증진을 주업무로 한다. 핵심 이슈들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관료, 그것도 고용노동부 출신 경총 부회장 선임에 많은 기업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경총 상임부회장에 관료 출신이 기용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4명의 상임부회장 가운데 3명은 경제단체 출신이었지만 3대 조남홍 부회장은 옛 상공부 출신이었다. 하지만 그는 경총 부회장 시절 경영계의 입장을 적극 대변했다는 평을 듣는다. 여기에는 옛 상공부가 산업진흥을 주업무로 하는 부처라는 점이 적잖이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송 신임 부회장은 행시 출신으로 옛 노동부에서 노사정책국장, 근로기준국장, 고용정책본부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청와대 노사관계비서관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을 거쳐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도 지냈다. 경력이 말해주는 것처럼 그는 노사 문제 전문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경총 부회장은 노사 전문가가 아니라 재계 대변자의 역할을 필요로 하는 자리다. 한국노총이나 민노총 지도부가 노동계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경총 지도부는 경영계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노사 문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되려면 양 당사자 사이에 어느 한쪽으로 쏠림이 있어서는 안된다. 노사 균형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잖아도 경총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 이상 눈치보기에 급급해선 안된다. 송 신임 부회장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