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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관리의 삼성' 어쩌다 이 지경까지

삼성證 터무니없는 실수.. 풀어진 긴장의 끈 조이길

지난 주말 터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는 심각한 문제다. 증권시장 시스템이 얼마나 후진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융감독원은 9일 삼성증권에 대한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주식거래 시스템 전반을 손질할 계획이다. 이미 소는 잃었다. 외양간이라도 단단히 고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삼성증권은 두번 실망을 안겼다. 당최 말이 안 되는 실수를 저질렀다. 주당 1000원 배당이 1000주로 바뀌었다. 시장에선 통통한 손가락이 컴퓨터 자판을 잘못 건드리는 '팻 핑거'를 말하지만 핑계가 될 수 없다. 설사 그렇더라도 자체 시스템에서 실수를 잡아냈어야 한다. 발행한도보다 20배 넘게 많은 유령주식이 시장에 풀렸다. 이걸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 '관리의 삼성'답지 않다.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얼굴을 들기조차 민망하다. 삼성증권은 구성훈 사장 이름으로 사과문을 내고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삼성증권은 국내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대형 증권사다. 토종 투자은행(IB) 후보로 거론될 만큼 규모도 크다. 이런 회사에서 애널리스트를 포함한 16명 직원이 실수로 들어온 주식을 잽싸게 내다팔았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재발 방지와 피해자 보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 그것이 고객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다.

금융감독 당국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은행.증권 등 금융사 일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걸로 유명하다. 하지만 유령주식 구멍은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 주식거래 시스템은 자본시장이 굴러가는 기초다. 행여 금융 당국이 딴 데 정신을 파느라 제 일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회장직을 놓고 내내 금융사들과 티격태격했다. 그 바람에 금융정책을 짜고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젠 금융당국도 제 할 일을 해야 한다. 국내 증시의 주식거래 시스템을 바닥부터 다시 훑어보기 바란다.

당사자 삼성증권에 가장 큰 책임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순실 사태로 삼성그룹은 긴 경영공백기를 맞았다.
이런 때일수록 더 긴장해야 한다. 삼성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꼽힌다. 그 명성에 흙칠을 해서야 되겠는가. 느슨하게 풀린 고삐를 다시 조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