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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STX조선도 구조조정 원칙 따라야

노사, 마감 넘겨 자구안 합의 예외 인정하면 공든탑 흔들

STX조선해양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10일 노사가 자구안에 합의했지만 당초 채권단이 정한 마감시한(9일)을 넘겼다. 산업은행은 일단 자구안을 받은 뒤 실효성을 따지기로 했다. 알맹이가 없으면 당초 공언한 대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STX조선은 고강도 자구책을 마련한다는 조건으로 법정관리행을 면했다. 이제 회사의 운명은 정부와 채권단의 판정에 달렸다.

원칙을 고수한다면 법정관리행이 맞다. 산업은행은 당초 데드라인을 9일 오후 5시로 잡았다. STX조선 노사는 이 시한을 맞추지 못했다. 인력감축을 놓고 끝내 갈등을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산은은 막판 타결 가능성을 고려해 9일 자정으로 마감시한을 늦췄다. STX조선은 이 시한마저도 넘겼다. 그러자 산은은 10일 새벽 보도자료를 내고 "노조의 자구계획 제출 거부에 따라 STX조선은 창원지방법원 앞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노사 타결은 그 뒤에야 이뤄졌다.

채권단은 전체 고정비를 40% 줄이라고 했다. 여기엔 인건비 75% 감축도 포함된다. 그러나 노조는 감원 대신 무급휴직과 임금삭감 안을 제시하고 버텼다. 결국 회사도 이에 동의했다. 노사가 마지막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타협점을 찾은 것은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자구안을 승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마감 뒤 시간외 접수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 현재로선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손에 피를 묻히는 궂은 일이다. 적어도 수백 수천개, 많게는 수만개 일자리가 걸려 있다. 당하는 이는 말할 것도 없고, 칼을 휘두르는 이도 가슴이 아프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끼어들면 일이 한층 복잡해진다. 그 결과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년간 한국 경제엔 한계기업이 수북이 쌓였다. 이들은 링거를 빼면 곧바로 쓰러진다. 정권마다 제 손에 피를 묻히기 싫어서 다음 정권으로 '폭탄'을 돌렸다.

다행히 문재인정부는 구조조정 원칙이 또렷한 편이다. 세금 수조원이 들어간 중견 성동조선엔 추가 지원을 끊었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해외매각에 끝까지 반대하다 결국 손을 들었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는 '대통령의 뜻'이라며 "정부는 절대로 정치적 논리로 금호타이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문재인정부의 구조조정은 B학점 이상이다. 여태껏 잘해왔다.
한번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STX조선도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처리하기 바란다. 그래야 한국GM 사태도 강단 있게 처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