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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토부에 가로막힌 카카오택시 혁신

5000원 즉시배차 포기 시장에 맡길 수 없었나

카카오T(옛 카카오택시)의 유료호출 서비스가 반쪽짜리 서비스로 전락했다.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 호출' 사용료를 1000원으로 책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당초 카카오모빌리티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5000원짜리 '즉시 배차' 서비스를 구상했다. 웃돈을 내면 사용자와 가장 가까운 택시를 파악해 강제 배차하는 서비스다. 가까운 거리를 가는 소비자도 쉽게 택시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지난주 기존 콜택시 업체가 받는 요금을 넘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내며 제동을 걸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즉시배차 서비스를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국토부 뒤에는 택시업계가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달 유료화사업계획을 밝히자 택시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관련 4개 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호출 유료화가 카카오의 배만 불릴 뿐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국토부는 기존 업자 편을 들었다. 그 통에 새로운 서비스는 발목을 잡혔다.

기득권 논리에 막힌 서비스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지난해 11월 카풀서비스업체 풀러스는 이용시간을 기존 출퇴근 시간대에서 낮 시간대까지 넓히려 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국토부가 불법이라며 막았다. 콜버스랩의 전세버스 공유서비스도 국토교통부가 운영시간을 제한했다. 그 배경에는 버스업계가 있었다. 지난 2015년엔 SK플래닛이 ‘T맵 택시’에 최대 5000원의 웃돈 기능을 넣었다 서울시의 시정조치를 받고 폐지했다.

유료 서비스는 민간업체에 '양날의 칼'이다. 수익을 올릴 기회지만 실패 위험도 크다. 인터넷 커뮤니티 포털 '프리챌'이 대표적이다. 프리챌은 한때 다음 카페보다 규모가 컸다. 하지만 2002년 '월 3000원'의 사용료를 책정한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회원들은 싸이월드 등 경쟁서비스로 빠르게 이탈했다. 7개월 만에 유료화를 번복했지만 소비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게 시장이다. 굳이 정부가 나서 칼을 댈 필요가 없단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22일 정부, 국회, 민간이 함께한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신제품과 신기술은 시장출시를 우선 허용하고 최소한 시범사업이라도 하도록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여전히 새로운 서비스가 시장에 나올 기회조차 막고 있다. 이러다 겨우 키운 혁신기업마저 도태시킬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