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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밀 공개에 제동, 백운규 장관이 옳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가핵심기술 유출 논란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공개에 문제를 제기했다. 백 장관은 12일 "반도체전문위원회를 열어 이 사안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돼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 사안은 기업의 영업기밀과 노동자의 안전 중 어떤 가치가 우선돼야 하느냐는 어려운 물음을 던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백혈병으로 숨지자 유족들이 산업재해 입증을 위해 고용노동부에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유족들은 1심에서 졌으나 2심에서 승소했다. 고용부는 이 판결에 따라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다. 그러자 관련업계가 반도체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부터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대대적 투자를 진행 중이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래서 한국이 보유한 최첨단 기술을 빼내가려고 안달이다. 중국의 산업기술은 빠른 속도로 고도화하고 있다. 조선.철강.전자 등은 물론 신산업 분야에서조차 한국을 앞질러 가고 있다. 반도체는 아직까지 한국이 기술우위를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다. 그러나 이마저도 중국은 2년 안에 D램 양산체제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까지 중국에 내준다면 한국의 산업은 더 이상 설자리를 잃게 된다.

백 장관이 고용부 보고서 공개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정부의 산업정책 수장으로서 당연한 처사다. 문제의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는 고용부가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자 안전을 위해 정기적으로 작업장의 위해성 여부를 측정해 작성한다. 여기에는 주요 장비의 배치와 공정별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양 등이 상세히 기록된다. 이 내용들은 삼성전자가 지난 20~30년 쌓아온 핵심기술이자 영업기밀이다.

노동자가 산재를 당했다면 원인을 밝혀 피해에 대한 응분의 보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 간에는 물론 국가 간에도 기술경쟁이 치열한 시대다. 기업의 존립이 걸린 영업기밀은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영업기밀이 국민경제의 미래가 걸린 국가핵심기술이라면 더욱 그렇다. 산업기술과 노동자의 안전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고용부가 삼성전자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공개 방침을 재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