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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리스크에도 힘 못쓰는 金값… 금리인상 전망이 발목

'안전자산'으로 통했던 金
올해 가상화폐값 급락에  증시 하락.. 시리아 사태에도 좀처럼 오르지 않아
"인플레 급등땐 1400弗"  전문가 분석도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힘 못쓰는 金값… 금리인상 전망이 발목

【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금이 최근 증시의 변동성 확대와 정치적 위험이라는 유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 전망 때문에 랠리를 펼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금값은 선물시장의 근월물 가격을 기준으로 올해 온스(31.1g)당 1303~1362달러 범위에 머물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지난 2월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서 1월 26일 고점 대비 7.5% 내렸을 때 금값도 0.5% 하락했다.

■올 금시세 과거와 정반대 흐름

올해 목격된 금값 움직임은 과거와는 완전 반대 흐름이다. 안전자산인 금은 증시 하락이나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6년 초 중국 증시 급락이 전 세계 증시에 연쇄 파장을 불러일으켰을 때 금값은 16%나 치솟았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발발 우려, 그리고 시리아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 고조 속에서도 안전자산인 금으로 대거 몰리지 않았다. 금값은 지난 11일 1.1% 오르며 1360달러를 다시 상향 돌파할 것처럼 보였으나 다음날 1.3% 하락한 뒤 13일에는 0.5% 소폭 상승했다.

일부 분석가와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이 올해 금값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지며 이자수익을 내지 않는 금의 매력을 약화시킨다. 분석가들은 또 최근의 통상갈등과 지정학적 긴장도 글로벌 경제에 근본적 위협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며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 궤도를 유지함으로써 금값은 계속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주 공개된 연준 3월 정책회의 회의록은 연준이 최근의 시장 변동성과 무역전쟁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8년에 여전히 2회 내지 3회 추가 금리인상을 계획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귀금속 분석가 수키 쿠퍼는 WSJ에 "새해가 시작돼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글로벌 동반 성장과 금리인상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값이 연준의 6월 정책회의 이전에 더 내릴 것으로 예상하며 "폭넓은 투자수요가 (금값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CME그룹의 연준 전망 프로그램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6월 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다시 올릴 가능성을 15일 현재 100% 가격에 반영했다.

■"인플레 급등시 1400달러까지"

금은 올해 초반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했음에도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일부 투자자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가상화폐의 가격 급등은 금에 대한 투자 관심을 약화시킨 요인의 하나로 지목됐었다. 비트코인은 올해 40% 넘게 떨어졌다. BMO캐피털마켓의 금속트레이딩 선임 타이 옹은 WSJ에 "금값 움직임은 정말로 실망스러웠다"면서 "금 시장은 정말로 심각한 글로벌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하듯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는 헤지펀드와 다른 투기적 투자자들의 금값 상승 순 베팅이 2월 초 이후 36%나 줄었음을 보여준다. 또 미국 조폐국 데이터 따르면 금의 물리적 소매수요를 가리키는 아메리칸 이글 금화의 월간 판매는 지난달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금이 소비자 물가 상승에 대비한 헤지 수단으로 자주 사용된다는 점에서 분석가들은 향후 인플레이션의 예상치 못한 급등이 금 시장의 와일드카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최근 발표된 경제 데이터들은 미국의 기저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모멘텀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금 전략 헤드 조지 밀링스탠리는 금이 앞으로 온스당 1350~1400달러 범위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우리는 18개월 동안 큰 불확실성의 시기를 겪었다"면서 "그리고 지금의 불확실성은 거시 경제적 그리고 지정학적 관점에서의 불확실성"이라고 설명했다.

jdsmh@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