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김기식 사퇴, 금융 아는 금감원장 뽑길

"선관위 "셀프기부는 위법"
금융혁신할 인물이 적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끝내 사임했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른바 '5000만원 셀프 기부'가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김 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으로선 사임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달여 만에 금감원장 둘이 스스로 옷을 벗는 사상 초유의 인사 참사가 빚어졌다. 전임 최흥식 원장은 은행 경영진으로 있을 때 채용비리에 간여한 의혹이 불거져 자리에서 물러났다. 6개월 재임한 최 전 원장도 역대 금감원장 가운데 최단명이라고 했다. 14일 재임한 김 원장은 이 기록을 단숨에 깨뜨렸다. 최단기 불명예를 갈아치웠다. 금융을 다루는 금감원은 어느 조직보다 안정이 중요하다. 그런 조직이 7개월 남짓 만에 두번씩이나 크게 흔들렸다.

애초에 정치인 출신을 금감원장에 임명한 게 잘못이다. 게다가 김 원장은 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의원 시절 정무위에서 금융을 다뤘다곤 하지만 누구보다 전문성을 갖춰야 할 금감원장 감은 아니다. 김 원장에 금융개혁 임무를 맡긴 것도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 반관반민 조직인 금감원은 금융개혁을 선도하는 기구가 아니다. 그런 일은 공식 정부기구인 금융위가 할 일이다. 금감원은 정부가 정한 틀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금감원장 인선에서 두번 실수했다. 앞으론 제대로 된 사람을 골라야 한다. 도덕적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엄선하는 게 급선무다. 여론은 '관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능력에 초점을 맞추자면, 금융관치를 뿌리 뽑을 인물이 제격이다. 최 전 원장은 임기 내내 금융지주사 회장을 뽑는 문제를 두고 민간금융사들과 마찰을 빚었다. 사실 채용비리가 터져나온 것도 그 여파다. 당최 금감원이 시중은행 경영진 선임에 왜 그토록 큰 관심을 쏟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김기식 사태에서 보듯 정치인이나 시민단체 출신도 배제하는 게 낫다. 금융사를 현장 감독하는 금감원장은 금융을 잘 아는 이가 적임자다.

다만 한가지 아쉬움은 남는다. 문 대통령은 "근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했다.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사실 김기식 원장을 둘러싼 논란도 죄다 국회의원 시절에 벌어진 일이다. 정치권도 여론도 금감원장으로서 그의 적격성을 조목조목 따지진 않았다.
인재를 등용할 땐 도덕성과 능력이 모두 중요하다. 우리는 유독 도덕성을 파고든다. 이래선 인재 발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