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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드루킹 스캔들…'사이버 난장'이 문제다

선거판에 댓글 장사꾼 난무 실명제 도입 진지한 검토를

더불어민주당 당원 3명이 벌인 댓글 조작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다. 구속된 김모씨(필명 드루킹)를 중심으로 대선을 전후한 여론 조작 활동과 이를 빌미로 문재인정부에 인사청탁을 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다. 이에 대한 진상 규명은 그것대로 하되 댓글 조작으로 여론을 왜곡하는 한국적 '사이버 토양'을 갈아엎을 때라고 본다.

드루킹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친여 블로거로 활동해온 드루킹이 친문 핵심인 김경수 의원을 통해 인사청탁을 했고, 청와대가 이를 거절했다는 게 개요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김 의원의 실명이 공개된 경위와 왜곡 보도한 언론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나 한 얘기인지 궁금하다. 불발된 인사청탁보다 여당이 댓글 여론 조작을 최소한 모른 체했다는 의혹이 사태의 본질임을 간과하고 있어서다. 만에 하나 여당의 누군가가 대선 전 드루킹 일당에게 자금을 댄 증거라도 드러나면 국정원 댓글 사건과 다름없는 국기문란 게이트로 번질 수밖에 없다.

결국 드루킹이 주도한 댓글조직의 규모와 활동자금 출처를 밝혀내는 것은 검경이나 특검의 몫이다. 이와 별개로 악성댓글이 널뛰듯 하며 여론을 뒤흔드는 정치문화를 고치는 일은 정치권이 맡아야 한다. 네이버 등 포털의 댓글공간은 정략적 선전.선동과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사이버 난장이 된 지 오래다. 과거 선거판에서 이권.직능 단체나 향우회 조직 등이 하던 브로커 역을 누가 맡고 있나. 온라인 언더마케터들, 즉 댓글 장사꾼들이 그들이다. 드루킹 사태로 그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셈이다.

악성댓글이 익명의 그늘에서 독버섯처럼 창궐하는 건 한국적 현상이다.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한국처럼 무분별한 댓글 문화는 없다. 한때 온라인판에서 댓글 기능을 없앴던 미국 뉴욕타임스도 요사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도입해 악성댓글을 자동 삭제한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미국 언론의 상황이 이렇다면 우리로선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일부 유럽국들처럼 뉴스 댓글을 포털이 아니라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 달도록 하거나,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만이라도 댓글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다각적 대안을 고민할 때다. 그래서 여론조작 행위가 더는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