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종전 논의 반갑지만 들뜰 일 아니다

말·문서보다 행동이 중요.. 비핵화 없으면 만사휴의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과 6월 초로 예상되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정지작업이 숨가쁘다. 17일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 부활절 주말(3월 31일∼4월 1일) 극비리에 방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최고위급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며 이를 부인하진 않았다. 특히 남북 간 6.25전쟁 종전 논의를 "축복한다"고도 했다. 한반도에 평화의 꽃이 필 조짐이라면 일단 반길 일이다. 다만 부디 이번엔 공허한 말잔치에 그치지 않고 꼭 열매를 맺기를 기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그들(남북)이 종전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한반도 종전선언 구상을 미리 공개한 격이다. 그 의도는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논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우리가 취해온 강력한 길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후속 언급에서 짐작된다. 남북 간 종전 논의는 지지하지만 북핵 폐기가 안 되면 만사휴의라는 경고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비핵화를 통해서만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현실을 일깨운 셈이다.

남북은 이미 종전을 전제로 불가침선언까지 한 바 있다. 1991년 12월의 '남북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그것이다. 새삼스런 종전선언보다 기왕의 합의를 실천만 해도 평화체제는 구축될 수 있다. 한반도 양측 구성원들을 전쟁의 공포에서 헤어나게 하려면 문서나 말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으로 담보되는 신뢰의 축적이 필수란 뜻이다. 종전선언의 실질적 조건을 충족하는 차원에서 남한을 위협하는 북한 핵.미사일이 먼저 제거돼야 할 이유다.

그렇다면 "축복한다"는 트럼프식 외교 수사에 들떠 종전선언에 과도한 환상을 품을 까닭도 없다. 문재인정부는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삼을 태세다. 그 시도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그 과정의 각종 함정도 유의하기를 당부한다.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을 포함한 유엔군의 자동개입을 차단하는 차원에서 남한을 뺀 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북측의 기도를 경계하라는 뜻만이 아니다. 요행히 남북이 주도하고 미·중이 지원하는 형식의 종전선언문에 합의한다 해도 북한의 비핵화가 담보되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